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은행의 고민도 노력도 없는 '간판 얼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3 19:24

수정 2025.02.13 19:57

이주미 금융부
이주미 금융부
새해 들어 금융권이 '간판 얼굴'을 바꾸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얼굴천재'로 불리는 가수 겸 배우 차은우를 새로운 모델로 내세웠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의 계약 종료 후 이번에는 남자 모델을 기용, 성장과 혁신의 에너지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최근 4세대 걸그룹 대표로 떠오른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을 새 모델로 선택했다. 정식 공개 전 SNS에서 '우리WON의 뉴 모델을 맞혀라' 소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광고모델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지난달 가수 지드래곤을 새로운 모델로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손흥민·임영웅·안유진·강호동 등 톱스타 모델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주요 은행이나 금융그룹이 인기 많은 유명 연예인을 대거 앞세우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중은행 간의 고객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숨가쁘게 뒤�i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여러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잘생기고 예쁜 얼굴'이 더욱 필요했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내가 이용하는 주거래은행의 모델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면 딱히 나쁜 점이 없다. 하지만 그 모델들의 어마어마한 몸값을 이자장사로 얻은 비용으로 감당한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16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기존 최대였던 2022년보다 9000억원가량 늘어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성적을 이끈 것은 이자이익으로, 작년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약 34조3600억원에 달한다. 몸값이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가수 임영웅의 광고료를 낼 수 있는 것도 이자이익 덕분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광고모델 없이도 혁신을 앞세워 고객들을 사로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톱스타 모델 기용은 '고민도 노력도 없는 전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8년 금융권 최초로 모임통장을 선보이며 혁신금융을 증명한 동시에 고객을 끌어들였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을 내놓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자장사가 죄는 아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가 은행의 본업임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본업에 앞다퉈 톱스타를 발탁해 광고모델 경쟁에 뛰어드는 일도 포함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zoo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