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윤미 김종훈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70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5년 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이날 오후 대법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1944억 8675만 원 추징을 명했다.
라 대표 일당 핵심 직원 변 모 씨는 징역 6년에 벌금 26억 원, 안 모 씨는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나머지는 범행 가담 정도 등에 따라 징역 2년~5년 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1억5000만~5억 원 벌금도 부과됐다. 박 모 씨 경우 추징금 13억 6972만여 원이 주어졌다. 일부는 200시간 이하 사회봉사 의무를 받았다.
라 대표 일당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남 모 갤러리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사회봉사 200시간 의무도 주어졌다.
라 대표 일당은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금융당국에 미등록된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며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8개 상장기업 기업 주식을 통정매매 등 방법으로 시세조종 해 약 7300여억 원가량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라 대표는 불법 투자자문업체를 차려 고객 명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해 대리투자 후 수익을 정산해 주는 방법으로 1944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라 대표에 대해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또 벌금 2조3590억 원과 추징금 127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세조종 행위 '인정'…"범죄 수익 산정 곤란"
법원은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정매매와 고가매수, 허수매수 등 방법을 통해 매집해 주가를 점진적으로 상승시킨 행위는 시세조종 및 무등록 투자일임업 영위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임투자자들로부터 투자수익 50%를 투자일임 수수료(정산금)로 받으면서 정산법인 계좌, 100% 계좌 등을 이용한 것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시세조종에 따른 약 3년 4개월간 주가 상승분을 모두 이득액으로 산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봤다. 범행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 의한 주가상승분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라 대표 조직이 이 사건 시세조종 범행으로 취득한 부당이득이 적어도 수천억 원에 해당한다고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세 조종에 적극 가담한 핵심 직원 변 씨, 안 씨, 박 씨 등 10명은 '공동정범'으로 남 대표 등 3명은 방조범에게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조세 포탈·허위계산서 작성 관련 모두 '유죄'
아울러 조세포탈 관련 범행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라 대표가 정산법인 등을 이용해 정산금을 수령하고 직원들에게 과세근거자료 은닉 등을 지시한 행위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세관청과 검사가 산정한 포탈세액 약 719억 원은 소득세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객관적·합리적으로 산정됐다"면서 "그 합리성과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라 씨와 변 씨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일임 정산금을 정산금 법인으로 수취해 정상적 매출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허위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죄수익 규모 및 은닉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대규모 시세조종 범행"이라며 "다수 선량한 투자자는 물론 라 대표 조직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 대표 조직의 주식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증권사에도 막대한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지상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특히 라 대표에 대해 "시세조종 범행을 비롯해 조직의 범행 전반을 계획하고 주도해 실행했음에도 시세 조종 범행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며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선 "2023년 4월 24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라 대표 조직에 대한 투자 수익을 모두 상실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며 이후 자수하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 협조한 일부 피고인들에 대해선 양형에 참작했다고 했다.
이날 선고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33분쯤 끝났다. 선고가 진행되는 약 4시간 30분 동안 대법정 안에는 각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로 가득했다.
재판이 끝나자 구속된 피고인은 법정과 방청석 사이에 설치된 투명 아크릴 가림막 사이로 짧은 인사를 나눴다. 한 여성은 법정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고 또 다른 여성은 벽면을 쿵쿵 두드리기도 했다. 라 대표는 즉시 구속인 대기실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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