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8차 변론…정치인 체포·의원 끌어내기 쟁점
김봉식 "국회 장악·체포 지시 없어"…尹 "칭찬받아야"
조성현 "이진우, 의원 끌어내라고 지시"…윤 측 반발
윤, 홍장원 증언 반박 집중…조태용 "신뢰성 의문"
윤 측, 재판부와 연일 기싸움…"중대 결심할 수도"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5.02.13.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13/202502132010210224_l.jpg)
[서울=뉴시스] 이종희 김정현 박선정 홍연우 기자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했다. 반면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조' 관련 증언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장을 거듭 반박하는 데 집중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홍 전 1차장의 진술을 두고 "신뢰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와 윤 대통령 대리인단 사이의 기싸움도 계속됐다.
◆김봉식 "국회 장악·체포 지시 없어"…尹 "칭찬받아야"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를 장악하거나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국회를 장악하려 하거나 대통령으로부터 장악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있느냐'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질문에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1차 통제는 질서 유지 차원에서 이뤄졌고, 그게 좀 잘못된 것을 알고 바로 해제했다"고 했다. 1차 통제 이후 국회의원과 출입기자 등의 국회 선별 출입을 허용하다가 다시 2차 통제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오후 11시37분 가까이 돼서 상급청인 본청에서부터 계엄 관련해 포고령이 하달됐다"며 "국회 전면 차단이 필요하다는 지시에 따라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국회 2차 통제를 조 청장이 지시한 것이냐'는 물음엔 "그렇다"고 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국회 통제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진술을 거듭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 당일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를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김 청장이 초동대처를 잘해 빠른 계엄 해제에 도움이 됐다'는 격려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청장의 증인신문 이후 발언권을 얻어 "영어의 몸이 될 것이 아니라 자기 상황에서 맡은 임무를 제대로 해서 칭찬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영어는 교도소를 이르는 말로, 윤 대통령은 김 전 청장이 교도소에 갇히는 게 아니라 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2025.02.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13/202502132010256894_l.jpg)
비상계엄 당일 당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을 지휘했던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이날 변론기일에서 주심재판관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31분부터 1시 사이 (이진우 당시)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나"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조 단장은 "(12월 4일 오전) 00시40분 어간인데 그렇게 임무를 부여 받았고 여러 과정을 통해 임무가 변경됐다"고 했다. 정 재판관이 정확한 워딩(진술)이 '본청 안 들어가라, 의원을 끌어내라'이었는지 묻자 조 단장은 "그렇다. 안으로 들어가 의원 끌어내라(였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지시했고, 이 전 사령관이 조 단장에게 '끌어내기' 지시를 했다고 조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헌재에 출석해 국회 측의 신문을 받았으나 관련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헌재는 직권으로 조 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단장은 본청으로 진입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불법이라고 생각해 임무를 하달하지 않고 이 전 사령관에게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임무가 아니다. 특전사령관과 소통해달라"고 했고, 이 전 사령관은 이후 "너희는 들어갈 필요가 없다. 특전사가 들어가 있으니 외부에서 지원하라"고 다시 명령를 내렸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의 진술에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외부에서 지원하라는 지시를 확대 해석한 것 아니냐', '본청에 진입도 못하는 상황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의 공세가 거세지자 정 재판관은 "사령관에게 전화와서 '너흰 들어갈 필요 없다. 특전사 들어가 있으니 외부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특전사가 의원을 끌고 나오면 입구를 막고 있으니 통로를 마련하란 의미로 보인다"며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맥락을 끊고 강요하듯 질문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 측은 "증인은 사령관에게 받은 지시가 불법이라 이행하지 않은 것처럼 의인처럼 행동하지만 부하들과 얘기와 전혀 다르다"며 "본인 증언 내용들이 객관적 상황과 맞지도 않고 진술을 번복했다.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목적을 갖고 허위 진술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 단장은 "저는 위인이 아니다. 1경비단장으로서 부하들 지휘관이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해도 부하들은 다 안다"며 "그래서 전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전 제 역할을 수행할 뿐이고 그때 제가 했던 역할을 진술할 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조 단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시간에 심판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차 변론기일에서도 진행 중간에 자리를 떠나 구치소로 향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2025.02.13.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13/202502132010262674_l.jpg)
윤 대통령 측은 조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홍 전 차장의 정치인 체포조 관련 진술을 반박하는데 주력했다.
조 원장은 이날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전 1차장의 진술을 두고 "신뢰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계엄 당일 밤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해당 메모를 썼다는 홍 전 차장의 진술에 대해 "CCTV 확인 결과 그 시각에 홍 전 차장은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른바 '홍장원 메모' 역시 4개의 버전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의 체포 명단 관련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 원장은 '메모가 조작됐거나 (정치인 명단을) 추가로 끼워 넣었을 가능성'을 묻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홍 전 차장의 메모나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메모 속 정치인 수가 자꾸 바뀌는 것을 문제삼자, 조 원장은 "메모 정확도나 신뢰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정부 국정원에 있었던 어느 야당 의원이 홍 차장을 지목하며 '차장이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한 사람 통해서 7차례 인사청탁을 했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인사청탁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지난 정부 때 있었던 일인데, 정부가 바뀌면 국정원에서 지난 정부 때 있었던 일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래서 조사하기 좀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날 김건희 여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서도 문자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 이후 의견 진술을 통해 "제가 홍 전 차장에게 점을 잡힐 일이 있으면 해임을 재가했겠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선 "야권 관련 정치적 중립 문제가 심각해 국정원장에게 신뢰를 잃었던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2025.02.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13/202502132010292652_l.jpg)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변론 시작부터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를 '신속 진행, 위법 재판'이라 부르며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되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논의해보겠다"고만 답했다.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자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중대 결심'을 언급한 것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막바지에 대리인단이 보였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리가 끝나기 전 물러나면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2017년 3월 13일 전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전원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국회 측은 대리인단이 없어도 심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선고가 날 때까지 전원 사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기각된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지난 4일 이미 증인 신문을 받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증인으로 다시 신청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강조하다가 재판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증인신문 이후에 자신은 홍 전 차장에게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언론에 배포했다. 그걸 증거로 제출했는데 소추인 측에서 부동의해서 증거능력이 부인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형배 권한대행은 "요지가 뭐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홍 전 차장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제가 서두에 평의를 거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고, 김 변호사는 "다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윤 대통령 측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변론에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조지호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고 하더라도 꼭 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헌재는 변론 말미에 오는 18일 오후 2시를 9차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서증요지 진술, 동영상 진술 포함해 양측에 각각 2시간씩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헌재는 14일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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