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전세계에 경고장…"대미 양보보다 WTO 규정 더 위협적"

뉴스1

입력 2025.02.14 10:36

수정 2025.02.14 10:36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전세계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방식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협상에 나설 각국이 맞닥뜨릴 진짜 위협은 미국산 제품이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에 따르면 다니엘 멀래니 유럽센터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이날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각서에 대해 "미국의 관세 부과 방식에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무역 및 관세에 관한 각서'에 서명하고 관련 실행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는 상대국의 관세는 물론 비관세장벽을 두루 검토해 관세율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멀래니 연구원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트럼프의 관세) 계획이 미국의 일반 관세 부과 방식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계획은 양자 간 상호주의에 따라 국가별로 일반 관세를 부과하고 협상하는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WTO의 최혜국대우 방식에 따라 회원국들이 160여 개국 간에 관세율을 협상해 다른 WTO 회원국에도 차별 없이 적용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물론 상호관세는 궁극적으로 협상 도구로 볼 수 있다. 멀래니 연구원은 무역 상대국이 "관세를 낮추고 관세에 상응하는 다른 장벽을 제거하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해야 할 WTO 회원국들에 있어 더 큰 문제는 관세 인하가 모든 WTO 회원국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자동차가 EU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자동차 10% 관세를 미국의 2.5%로 낮춰도 무방하다. 하지만 문제는 WTO 최혜국대우 규정에 따라 이러한 2.5% 관세를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중국에도 적용해주게 되면 EU에 실질적 위협이 된다고 멀래니 연구원은 경고했다.

다만 존 립스키 지리경제센터 선임 이사는 이번 트럼프의 조치에 대해 "단순한 협상 도구가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에 보낸 경고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가 예고한 4월 상호관세를 모든 국가에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연기나 면제 혹은 협상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을 것 같고 유의미하고 실질적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립스키 이사는 전망했다.

상호관세는 유럽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바바라 매튜스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올해 가장 큰 위험은 무역, 기후 및 기타 정책 우선순위를 놓고 유럽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수입 관세보다 유럽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수입 관세가 더 높기 때문에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유럽 경제는 부진한 성장, 에너지 전환 비용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상당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불협화음은 추가적 압박과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상호관세가 즉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다.
상호관세 각서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워싱턴 방문 당일 발표되면서 인도는 이번 협상의 첫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마크 린스캇 남아시아센터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