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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어깨에 올라타자"…글로벌 빅테크와 손잡는 韓 테크기업

연합뉴스

입력 2025.02.16 06:00

수정 2025.02.16 06:00

글로벌 시장 진출·자체 기술력 확보에 도움 전문가들 "협업에 그치지 말고 자체 AI 개발 서둘러야"
"거인 어깨에 올라타자"…글로벌 빅테크와 손잡는 韓 테크기업
글로벌 시장 진출·자체 기술력 확보에 도움
전문가들 "협업에 그치지 말고 자체 AI 개발 서둘러야"

‘오픈AI-카카오’ (출처=연합뉴스)
‘오픈AI-카카오’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김현수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와 KT[030200], 오픈 AI와 카카오[035720] 등 국내 굵직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 글로벌 테크기업 간 인공지능(AI) 분야 협업 사례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독자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입증된 모델을 보유한 빅테크와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서비스 고도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16일 ICT업계에 따르면 KT는 MS와 함께 금융·제조·유통·IT·공공 등 다양한 산업에 맞춘 한국적 AX(AI 전환) 설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KT와 MS의 주요 임원들은 국내 주요 12개 금융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AX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해 9월 두 회사는 국내외 기업의 AX를 돕는 법인을 함께 신설하고 한국형 특화 AI 설루션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5개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상반기 중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기존 빅테크의 AI 모델에 국내 법·규제·문화 등을 적용해 활용하려는 추세가 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최근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카카오도 챗GPT 기술을 카나나 서비스를 포함한 카카오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며 단순 문답이 아니라, 펑션 콜(기능 수행)을 통해 카카오톡 생태계 내 다양한 서비스를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양사는 AI 에이전트 등 카카오 이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다.

협업을 넘어 빅테크와 국내기업 간 M&A(인수합병)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국내 AI 칩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현재 AI 업계에서는 파트너와 경쟁 관계 구도가 매우 유동적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협업하게 되면 글로벌 빅테크의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으며 자체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거 한국 기업이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해 애썼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안정적인 수준에 이른 글로벌 모델에 국내 법규를 학습해 외부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서비스 고도화로 수출이 증가하거나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본 인재를 얻는 등 이득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협력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기술 주권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인 만큼,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하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섭 KT 대표(오른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 (출처=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오른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 (출처=연합뉴스)

배 연구원장은 "빅테크 기업에 기술 주도권을 뺏기면 한국이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에 기술이 종속되지 않도록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한국의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강점 산업에 기반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다양한 사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성욱 세종대 인공지능융합대학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도 "핵심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관계에서 국내 기업은 빅테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도 AI 모델이 필요하므로 당장 빅테크와 AI 공동 개발은 필요하지만, 딥시크처럼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한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능 좋은 AI 모델이 개발될 수 있는 토양이 되는 하드웨어 분야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AI 분야는 계층이 존재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반 분야가 칩 같은 하드웨어"라며 "하드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모델 등 핵심 분야에 대해 중장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퓨리오사AI가 메타와 인수를 논의하는 배경에도 이 같은 국가적인 투자 부족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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