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구독자보다 지원자 필요한 한은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6 19:11

수정 2025.02.16 19:11

김동찬 금융부
김동찬 금융부
유튜브를 켰다. 한국은행 공식 계정의 게시물이 최상단에 떴다. 구독자 10만명 달성을 자축하는 내용이었다. 자유롭게 질문을 주면 영상으로 답을 해준단다. 순식간에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칭찬 일색인 여러 댓글을 훑던 중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질문이었다.

"한은의 인기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인데, 주변에 한은 가겠다는 사람 딱 한 명 봤어요."

'신의 직장'에 다녔던 한은 OB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위상과 평판이 있다는 자부심이다. 그간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교의 경제학과 학생들이 꾸준히 한은을 선호한 배경이기도 하다.

사정은 달라졌다. 한은 신입 종합기획직원(G5)의 연봉은 5400만~5500만원이다. 같은 연차인데도 일반 시중은행 직원들은 많으면 8000만원까지 받는다. '명예'를 강조하기엔 금액 차이가 너무 크다.

복지도 사라졌다. 과거 한은 직원은 시중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사내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규정 변경으로 금리차가 거의 사라졌다. 저연차 직원들은 상당수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을 이용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주거지 확보가 최우선인 젊은 세대에게 뼈아픈 지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2022년에 입행한 새내기 직원은 1년 만에 한은을 떠나 회계법무법인으로 향했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등 다른 금융기관과 코로나 이후 연봉이 크게 뛴 IT업계로 이직도 잦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퇴사는 만연해진 지 오래다. '한은의 꽃'으로 불리는 정책총괄팀에 근무했던 3년차 20대 직원도 이달 S대 로스쿨 진학을 이유로 조직을 떠났다.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 이후부터 주창하고 있는 한은의 지향점이다.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진 인재가 한은에 많이 있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임이 자명하다. 지난 2011년부터 2300명대로 유지된 정원을 올해부터 점차 늘려 2480명까지 확대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테다.

다만 국가 전체의 구조개혁을 신경쓰는 것만큼이나 내부 처우개선도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이 총재의 몫은 아니지만 조직의 수장이 외면할 문제도 아니다. "예산이나 제도 등 여러 제약들로 인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하나둘씩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봅시다"라고 했던 이 총재의 취임 일성을 돌이켜본다.
그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