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 개정안 부결시키고
이제와서 처리 약속 진심 뭔가
이제와서 처리 약속 진심 뭔가

현행 상속세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수도 없이 나왔던 바다. 현재 상속세는 세율이 최대 50%에서 10%까지 5개 과표구간으로 나뉜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이미 12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니 중산층에게 징벌세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중산층에까지 부담을 지우는 사실상 증세에 해당된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이를 방해한 쪽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상속세 현실화 주장은 난데없는 측면도 있다.
이 대표는 "상속세 개편, 어떤게 맞냐"는 제목과 함께 페이스북에 여야의 안을 비교하는 글도 올렸다.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을 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증액"하는 것이 민주당 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18억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게 돼 수도권 대다수 중산층이 집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에 대해선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하고 있다"며 "소수의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원대 자산가만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 바로 상속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 제출한 상속세 개정안엔 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공제 확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대표가 지금 제안하고 있는 상속세 개편안과 다르지 않다. 정부 세법개정안엔 상속세로 집을 포기하는 중산층뿐 아니라 가업을 포기하는 후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항도 포함됐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도 담았는데 상속세 탓에 경영권 위협을 받는 기업들 처지를 감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중산층 공제 확대엔 공감하는 듯도 했으나 이내 정부 세제개편 전체를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정부 상속세 개정안도 부결시켰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상속세 개편을 제안하는 이 대표의 진심을 누가 믿어주겠나. 조기 대선 국면에서 또 말 바꾸기냐는 비난도 억지가 아니라고 본다.
이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우클릭 걸음을 보이다가 지지층이 반발하자 연일 갈지자 행보다. 반도체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금세 철회했고,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은 포기한다고 했다가 다시 뒤집었다. 이 대표는 대선 표보다 신뢰부터 챙겨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