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4년 연간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지주 사상 최초로 순이익 5조 원대 역대급 실적을 낸 KB금융의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3조 원을 기록한 우리금융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 곡선을 탔다.
차이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에서 벌어졌다. '주주환원'에 직결되는 이 지표를 어떻게 관리했느냐가 주가의 향방을 가른 것인데, 시장에서는 "자본정책도 정량보다 정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과 반대로 흐른 주가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주가(종가 기준)는 실적 발표 당일(5일) 9만 100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14일 7만 9700원으로 마감하며 약 12% 하락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7일) 1만 539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14일 1만 7050원으로 마감하며 약 10%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 86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 호실적을 달성했는데도 타 금융지주와의 체급 차이가 크다.
'실적과 주가는 정비례한다'는 일반론을 깨고 주가가 상반된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CET1 비율이 있다. 금융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CET1 비율은 주주환원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이 늘어나면 주주들이 더 많은 돈을 환원받을 수 있다.
환율 급등 여파…'CET1 비율' 하락
사실 지난해 4분기 금융지주들의 CET1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달러·원 환율이 150원 이상 급등하면서 CET1 비율이 최대 0.45%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을 증가시켜,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때마다 CET1 비율은 0.03%p 떨어진다.
실제 KB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 3분기말 13.84%에서 지난해 말 13.51%로, 0.33%p 하락했다. 타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환율 변동의 여파가 반영된 수치였다.
반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3분기말 11.95%에서 지난해 말 12.08%로 0.13%p 상승했다. 환율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산 리밸런싱(구조개편) 등 전사적 노력을 쏟은 결과였다.
대출 줄인 우리금융 vs 인위적 자산 감축에 선그은 KB금융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우리금융이 유일하게 CET1비율을 끌어올린 이유는 지난해 4분기 가계·기업대출을 의도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대출을 줄이면 위험가중자산도 줄어 CET1 비율이 올라간다.
반면 KB금융의 판단은 달랐다. CET1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산을 감축시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장기적인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 감축을 통한 CET1 비율 관리를 두고,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의 관점은 달랐다. 주가는 CET1 비율을 지켜낸 우리금융에 화답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발표로 금융지주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며 "결국 자본정책도 정량보다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ET1 비율이 하락하긴 했으나 적절히 선방했다는 평을 받는 신한·하나금융의 경우 실적발표 후 주가하락 폭도 크지 않았다.
올해도 '밸류업' 다시 뛴다
4분기의 교훈을 얻은 KB금융은 지난 11일 다시 밸류업 행보를 시작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 및 지주 임원 25명이 자사주 약 2만 주(16억 원 규모)를 사들이면서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시장에 직접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주가 하락이 과하다는 시각도 많다. 이번 CET1 비율 하락은 예측 가능한 범위였으며, 경쟁사가 관리를 잘했다는 점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KB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환원을 하는 회사는 분명하다"고 짚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KB금융에 대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요인이 해소되면 자본여력이 재차 확보되면서 하반기 자사주 규모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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