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불복절차 안 알리고 '공사 중지' 통보한 구청…法 “무효”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7 10:31

수정 2025.02.17 10:32

"법적 근거·불복 절차 고지 안 해…절차적 하자"

서울행정법원 /사진=최은솔 기자
서울행정법원 /사진=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안내'라는 형태로 제대로 된 불복절차 등을 알리지 않고 공사 중지를 통보한 구청의 명령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 시공사와 공사를 도급받은 B사가 서울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두 업체는 성북구의 지상 주택을 철거하고 주거용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성북구청은 지난 2022년 10월 두 업체에 공사현장과 가까운 한 건물에 균열이 생겨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두 업체는 해당 건물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보강공사를 마친 뒤 감리를 받았고, 지난해 2월 15일 구청에 공사중지명령 해제를 신청했다.

구청은 같은 달 19일 공사중지명령을 해제했지만, 이틀 뒤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추가로 보강 조치를 하라는 내용을 통지했다. 인접 주택에 '임시보강'은 했지만 '최종보강'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두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이들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처분의 법적 근거를 미리 통지해야 하고, 당사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줘야 하며, 처분을 할 때도 처분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성북구청)는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아 원고들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안내를 하면서 그 법적 근거인 건축법 제41조 제2항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에 관한 불복 방법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며 “안내라는 외관을 취함으로써, 원고들로서 이 사건 안내의 근거와 효력, 불복 방법 또는 구제절차를 도저히 알 수 없도록 해 현저히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구청 측은 두 업체가 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항고 소송을 내지 않아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정력이 인정되지 않는 무효인 처분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구청 측은 이번 소송이 과거 법률관계에 대한 것이므로 확인할 법률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들이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여전히 피고를 상대로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지난해 12월 확정됐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