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한겨울 목에 피켓을 건 채 목이 찢어져라 윤석열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어린이가 있었다. 집회 참여자들은 감동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아이를 향해 '애국자'라고 소리쳤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일대에서 열린 보수집회 무대에 올라 한 여자아이가 '양양가', '멸공의 횃불' 등 군가를 열창한 뒤 윤 대통령을 향해 사랑 고백을 하자 어른들은 환호로 응답했다. 고백을 마친 아이에게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용돈'을 쥐여주기도 했다.
이 장면을 현장에서 보노라니 문득 한 나라가 떠올랐다.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이 방송에 나와 '원수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노래하지만 아동 인권이 처참히 무너진 나라. 바로 북한이다.
마치 '소년병 동원'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은 요즘 집회 현장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목격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부산 진구에서 열린 진보 집회에서도 한 초등학생의 연설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나왔다"고 말한 학생은 돌아오는 환호에 만세 하듯 양손을 흔들어 보였다. 영상에는 '애한테까지 이래야 하나'와 '어른보다 낫다'는 댓글이 달렸다.
2008년에도 어린이를 집회에 이용하는 행위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유모차 부대'가 유아차로 살수차를 가로막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지면서다. 당시 유모차 부대 카페 회원과 운영자들은 회원들의 불법 촛불집회 및 불법 가두시위 참가를 선동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어지러운 시국을 '내전 상황'에 빗대며 수많은 부대를 참칭해왔다지만 국제법에서도 소년병의 징집과 적대행위 참여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어린이는 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쟁만큼 폭력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시위 참여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시위 현장은 욕설과 고성이 오가 성인이 들어도 참기 힘든 환경인데, 알면서도 (어린이를) 데려왔으면 아동복지법 위반 중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 10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이 빠진 발음으로 부르던 '양양가'의 가사가 머릿속에 맴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