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후 8개월 때 뺏긴 아들 얼굴…마주쳤는데 못 알아봐 평생 恨" [가족찾기]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7 19:10

수정 2025.02.19 08:58

"생후 8개월 때 뺏긴 아들 얼굴…마주쳤는데 못 알아봐 평생 恨" [가족찾기]
"생후 8개월 때 뺏긴 아들 얼굴…마주쳤는데 못 알아봐 평생 恨" [가족찾기]

"아들을 찾을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게 지금도 한으로 남았어요."

어머니 김정우씨는 첫째 아들 안현수씨(현재 나이 만 48세·사진)를 낳은 지 8개월여 만인 1978년 3월 1일 생이별을 했다. 김씨는 24살에 남편을 만나 아이를 가졌지만 월급을 갖다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생활고를 겪으며 친척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림을 꾸렸다. 집안을 돌보지 않고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던 남편은 직장동료의 어머니가 돈을 주면 아이를 키워주겠다고 했다며 현수씨를 포대기에 싸서 데려갔다. 이후 김씨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현수씨를 여러 번 마주쳤다고 기억했다.

김씨가 현수씨로 추정되는 아이를 만난 것은 4년이 지난 1982년이다.

서울 대림동에 살던 김씨는 둘째 딸을 데리고 친구를 만나러 옆 동네인 시흥동에 들렀다가 현수씨와 똑 닮은 남자아이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발견했다. 근처에 있던 동네 주민에게 사정을 말하고 아이를 보고 싶다고 부탁하자 그는 다른 쪽을 가리키며 아이아버지를 알려줬다. 아이아버지는 다름아닌 남편이 현수씨를 맡긴다던 동료 최수남씨였다.

김씨는 그때부터 최씨가 자기 아이를 빼돌려 키웠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최씨는 갓난아기인 현수씨를 예뻐했다고 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현수씨를 안고 회사로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최씨는 남편이 출장 나갔다면서 김씨와 현수씨를 차에 태워줬다. 김씨는 "당시 아이는 현수와 달리 머리가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셋째 아이가 나중에 머리가 노래지는 것을 보고 당시 현대시장 뒤 도로가에 살던 아이가 현수였다고 확신하게 됐다. 가난한 집이었지만 아이를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현수씨 소식을 듣게 된 것은 20여년이 지난 2001년쯤이다. 현수씨와 세 살 터울의 둘째 딸이 서울지하철 이수역에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닮은 사람을 발견했다. 딸이 승강장에 서 있었는데 현수씨는 비슷한 또래의 여성과 대화하다가 반대편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탔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 사당동에 살면서 지하철을 타고 일주일에 여러번 경동시장을 다니면서 아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딸은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사감선생님을 닮은 여성과 있었다고 했다"며 "시장에 갈 것이 아니라 이수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아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몇 년 전 사당동 집 앞에서 현수씨로 보이는 남성을 직접 마주치기도 했다. 허름한 차림으로 낡은 서류가방을 든 남성이 집 앞을 여러 번 서성거렸다. 김씨는 현수씨가 어떻게 자신의 집을 알고 찾아온 것 아닌가 뒤늦게 후회했다.
김씨는 "당시 날 좀 알아봤으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현수씨는 임파선염을 앓고 빗장뼈 근처에 흉터가 생겼다.
김씨는 "남편은 현수를 잃게 하고도 계속 사고를 쳐서 살 수 없게 됐지만 첫째 아들은 살아있을 때 찾아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