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이 '이자장사'라는 비판 속에 역대급 이익을 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조8742억원으로 2023년(17조931억원)보다 10.4%(1조7811억원)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금리인하 기조하에서도 이자이익이 늘었다. 이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총 50조3732억원으로 전년(49조1236억원) 대비 2.54%(1조2496억원) 증가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이 뛰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전체적으로 대출이 불어난 덕분이다.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예금·적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고 이자차익(예대금리차)을 챙기는 것이 원래 하는 일이다. 게다가 금융지주사들도 엄연히 주식회사인 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주주들에게 배당(주주환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의 압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야당에서는 '횡재세' 도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시즌1'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부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년간 매년 7000억원씩 약 2조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상생금융 시즌2'를 추진키로 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년여 동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영업점은 100개 가까이 축소됐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해) 5대 시중은행,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줄어든 영업점이 1000개를 넘는다.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채널 강화에 따라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한편에서는 고령층과 장애인, 비도심 거주자 등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퇴직금 돈잔치'도 단골 지적사항이다. 은행권의 압도적인 퇴직금 규모에 희망퇴직자가 속출한다. 4050은 물론 30대 직원 중에서도 희망퇴직자가 나올 정도로 '퇴사'가 인기다.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에서 2300명 넘는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1인당 평균 4억~5억원대의 퇴직금을 받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금융권 안팎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포용금융(Financial Inclusion)'이다. 교과서적 의미의 포용금융은 '금융 소외계층에 기회와 회복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예를 들어 시골의 어느 작은 농장이 여름철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식이다. 언뜻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촌 지역에서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물리적 접근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폭을 한 단계 넓혀서 보면 포용금융은 △저소득층 및 서민층의 생활 안정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서민금융 △기업 간 협력을 뜻하는 상생금융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지원에 중점을 둔 사회적 금융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녹색금융 등을 한데 아우르는 말이다. 금융권에 더 큰 역할이 주어지는 셈이다.
'포용금융은 다채로운 색깔의 팔레트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소외된 계층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저소득층, 소상공인, 농어민 등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통해 자립을 돕고, 사회적 평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한다. '
최근 서민금융연구원이 펴낸 책(한국의 포용금융)에서 본 글이다. 지극히 이상적인 내용이지만 우리 금융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권의 '맏형'인 은행이 나서서 포용금융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이를 통해 돈만 밝히는 차가운 금융이 아니라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금융'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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