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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첫 경제사절단 방미, 정부 대신해 협상 성과 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7 19:29

수정 2025.02.17 19:29

최태원 상의 회장 등 미국 정부 방문
한미 투자·관세 등 민간외교 기대 커
지난 16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간 경제사절단 만찬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16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간 경제사절단 만찬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꾸린 경제사절단이 19일 미국으로 출국,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를 만난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인 민간 경제사절단은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정부와 의회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 대미투자 계획과 협력을 논의한다.

이들은 둘째 날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군함 조선 협력, 완성차·부품 제조시설 투자, 미국 차세대원전 개발 협력 등 실질적 협력모델을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사절단은 삼성, 현대차, SK, LG, HS효성, 한화, 롯데 등 대미수출 관련 주요기업 대표 20여명으로 꾸려졌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이 불붙은 시점에 방미 경제사절단의 어깨는 무거울 것이다.

대통령 부재의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와중이어서 민간 외교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정부와 소통의 물꼬를 튼다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 한두 달 안에 있을 한미 당국 간 통상협의에 앞서 성공적 협상 발판을 다지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미국 고위 인사의 책임 있는 약속을 이끌어낸다면 최상의 성과가 될 것이다. 최 회장 등 사절단 일행과 전날 만찬을 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미국 신정부와의 협력 기회를 발굴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의미다.

재계가 강조한 대로 한국은 대미투자 모범국가다. 트럼프 1기 정부와 닿아있는 지난 2017년 이후 한국은 미국 내 자동차·반도체 등에 1600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2년간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이 추진 중인 수백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는 본궤도에 올라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예상대로 출범 100일 작전 하듯이 강하고 빠르게 관세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다. 관세전쟁의 큰 그림도 대부분 드러났다. 내달 중에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에 이어 4월 중 부가가치세(VAT)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 자동차 관세 부과,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등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 최대국가이자 무관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탄핵정국 속에서 정상회담은커녕 통상당국 간 협상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이날부터 워싱턴DC에서 미국 상무부 측과 장관급 협의를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는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일본, 인도, 캐나다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이 정상회담을 갖고 투자 선물보따리를 풀며 관세 예외와 철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상의에 이어 다음 달 한국경제인협회, 5월에 한국무역협회가 민간 사절단을 꾸려 트럼프 정부 인사와 만날 채비 중인 것은 다행스럽다. 앞으로 국내 정치 혼란이 절정에 이를 것이다.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나라는 더 어지러워질 수 있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민간 외교의 가치와 중요성은 이런 정국불안 상황에서 더욱 부각된다.


민·관·정 세 개의 축 중에 그나마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민간이다. 민간 경제외교가 한미 간 통상 현안의 원만한 해법을 찾는 데 기여하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정부도 대응이 늦은 만큼 한 치의 오류가 없도록 정확한 정보 수집과 판단으로 통상협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