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세대 기술 리더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악수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개미들의 관심이 중국 기술주로 더욱 쏠리는 분위기다.
중국 기술주 랠리의 배후에는 변덕이 심한 개미들이 자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큰손들은 중국에 통큰 베팅을 재개하는 것은 경계하지만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포모 증후군에 빠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마윈 조합은 강력한 기술 지원 신호"
18일 홍콩 증시의 항셍 지수는 2% 넘는 상승세를 유지했는데 알리바바, 샤오미 등 기술주가 주도했다. 항셍 지수는 1월 저점 이후 23% 넘게 뛰었고 2020년 2월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 주석이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민간기업 심포지엄 참석을 통해 수 년간 이어진 기술 단속을 끝낼 것이라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는 낙관론이 쏟아지며 중국 기술주가 날았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민간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벌금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업가 정신을 촉구했다"고 전하며 "중국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 주석이 마윈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5년 가까이 이어진 "잔인한 기술 규제"가 진짜 끝났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마윈은 2020년 10월 왕치산 당시 국가부주석을 포함한 고위급 경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상하이 콘퍼런스에서 금융 규제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중국 지도부의 눈밖에 났다. 이후 마윈의 알리바바는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포기했고 지배구조 문제로 막대한 벌금까지 냈다. 마윈은 알리바바에서 강제로 손을 떼고 거의 5년간 최대한 저자세로 사실상 재계에서 사라졌다.
시 주석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간 기술 리더들이 절실하다. 높은 청년 실업률부터 부동산 경기침체, 디플레이션까지 산적한 국내 문제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강경책이라는 국외 문제까지 덮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성장동력인 기술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시진핑과 마윈의 악수는 중국 정부가 다시 민간 기술업계를 지원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홍콩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 연구 부국장은 로이터에 "마윈의 존재는 기술 부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 단속과 관련된 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마윈"이라며 "몇 년 전 중국 관리들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억제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이제 중국 정부의 기술 정책은 전면적 전환점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늦으면 빈접시" 中 핫머니의 조급함이 랠리 부추겨
시진핑과 마윈의 만남에 앞서 중국 기술주는 인공지능(AI), 트럼프 관세의 지지를 이미 받고 있었다. 미국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AI 모델을 개발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갑자기 인기를 끌며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제재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 기술주로 돈이 몰렸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음력 설 연휴가 끝난 2월 초 이후 중국 본토자본이 홍콩으로 유입된 자금은 누적 266억 홍콩달러(약 5조 원)로, 금리인하를 포함해 대규모 부양책이 쏟아졌던 지난해 9월의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시아 헤지펀드의 중국 노출(net exposure)은 1년 중 최고 수준에 가까웠다.
중국 기술주로의 빠른 자금 유입은 최근 본토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로이터는 "중국 기술주 랠리는 '핫머니'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면서 "헤지펀드나 홍콩-중국 중심 펀드는 (랠리) 처음부터 서두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는 한 주식판매 중개사의 발언을 전했다.
지금 홍콩과 중국 본토 시장은 소매 트레이더(개미)가 주도하는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고 이 중개사는 평가했다. 또 다른 중개사 역시 "지난 2주 동안 핫머니가 (중화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화권 시장은 흥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즉시 빠져나올 수 있다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에 가장 큰 수익을 낸다고 로이터는 표현했다.
중화권 시장은 코로나 이후 중국의 재개방과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했지만 랠리는 오래 가지 않았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단기적으로 반응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메이뱅크의 웡콕훙 주식 판매거래 책임자는 중국 대륙의 개미들 사이 유명한 격언을 인용하며 "초기에 믿음을 가진 이들은 닭고기를 먹을 수 있고 그다음 사람들은 닭고기 수프를 마실 수 있으며, 늦게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빈 접시만 떠안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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