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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 실리콘밸리] 딥시크와 美中 AI 패권경쟁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8 18:31

수정 2025.02.18 18:31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실리콘밸리 명문대학 UC버클리 연구원들이 챗봇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폼 '챗봇 아레나'에서 여전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 R1과 V3가 관심을 받고 있다. AI 시스템의 순위를 가장 면밀히 관찰하는 사이트로 평가받고 있는 챗봇 아레나에서 17일(현지시간) 현재 R1과 V3는 각각 4위와 9위에 랭크돼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우려를 일으키고 있는 미스터리한 중국의 AI 스타트업의 AI 모델이 여전히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딥시크가 등장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돼가고 있다. 딥시크 AI 모델 'R1'은 지난달 27일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미국과 실리콘밸리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1985년생 량원펑이 창업한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이 AI 기술과 산업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기술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미국의 대중 AI 칩 수출규제에도 딥시크가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오른 성능을 주장하면서 충격은 더 컸다.

딥시크는 자사의 AI 모델 R1이 전 세계 AI 기술을 선도하는 오픈AI의 AI 모델인 GPT-4o와 o1 등 오픈AI의 최신 대형언어모델(LLM)과 엇비슷하거나 유사한 성능을 보여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R1 모델이 수학문제 풀이나 코딩, 일반지식 질의응답 등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오픈AI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딥시크는 또 다른 AI 모델인 V3를 단돈 600만달러로 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픈AI의 AI 모델 GPT-4 개발비용의 17분의 1가량이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한 성능과 관심이 "약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였다고 주장하면서 어쨌든 실리콘밸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효율성과 비용절감이 가능한 AI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AI 기업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이어 새로운 AI 모델을 쏟아냈다.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가장 앞선 AI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딥시크를 쿨하게 인정했다. 올트먼은 딥시크의 R1을 인상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R1의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트먼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고, 오픈AI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픈AI는 새로운 AI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먼저 복잡한 사고와 추론 능력을 강화한 추론 소형모델 'o3 미니'를 출시했다. 또 오픈AI도 새로운 모델인 'GPT-4.5' 출시를 예고했다. 올트먼 CEO는 GPT-4.5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범용인공지능(AGI)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원조 AI 명가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구글은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 2.0 시리즈를 발표했다. 제미나이 2.0 플래시·프로·울트라·나노 등의 4종 AI 모델로 AI 기술력을 증명했다.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 역시 자칭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AI'라는 그록-3를 내놨다. 그록-3는 그록-2와 비교해 강력한 추론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AI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의 AI 기술에 대응할지 주목된다. 그리고 중국의 AI 기술이 진정으로 미국의 AI 기술을 앞서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시간이 이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