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다. 이념 여부를 떠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삼켜 버렸다.
2019년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코로나19로 2020년(-0.7%)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4.6%) 1년 만에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2023년(1.6%)과 2024년(2.2%·추정치) 2년 연속 2019년 성장률을 밑돌았다. 올해도 1%대 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의 영향이 미쳤던 2020년과 2021년을 빼면 2019년부터 저성장 그림자가 지금까지 깊게 드리웠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일시적인 경기침체로 보는 듯하다. 지난 2년 정부도 그랬고,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돈을 퍼붓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하고, 물가상승이 버거워 돈 풀기도 어렵다.
저성장의 해법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지난 60년의 성장방식을 바꿔야 한다. 긴 호흡이 필요해 무엇을 한들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가야 할 길이다.
우리의 성장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똑똑한 정부다. 우린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했다. 시장에 맡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먹거리를 직접 찾았다. 전자,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이 그러하다. 다음은 헌신하는 국민이다. 모든 걸 팽개치고 일만 했다. 고소득 국가 중에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그래서 생산성이 낮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여기에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누군가에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 대상이 대기업이었고, 대기업은 정부가 내세운 먹거리에 집중했다. 생태계의 정점에 선 대기업의 성장은 중소기업에 바로 전해졌다. 이런 낙수효과가 한국을 먹여 살렸다.
정부, 국민, 대기업은 산업정책으로 연결돼 굴러갔다. 산업정책이 잘 작동하면서 우리는 산업화를 일궜고,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정책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산업의 변화가 워낙 빨라 정부가 그 흐름을 쫓지 못한다. 헌신하던 국민은 많이 지쳤다. 근로여건 개선은 불가피하고 노사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가 줄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커졌다.
이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시장 주도의 기업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시장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AI)이 그러하다. 이런 산업은 도전적인 기업가정신과 거대자본이 함께해야 만들어진다.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높이고, 거대자본이 움직이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여야가 모두 이런 흐름에 관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경제자유화를, 더불어민주당은 기업경쟁력을 내세웠다. 탄핵 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정책은 기업에 지원을 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산업정책에 맞춰져 있는 정부 조직을 바꾸는 게 우선이다. 지금은 생산요소를 다루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의 중심이다. 이들 부처가 정해진 산업에 생산요소를 집중하는 방식이다. 수명을 다한 사회부총리를 폐지하고, 기업부총리를 검토할 만하다. 그 아래 기업과 관련한 모든 부처가 '원팀'으로 기업에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