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대놓고 러시아 편드는 트럼프, 침략받은 우크라 정상 비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9 10:02

수정 2025.02.19 10:06

트럼프, 18일 러시아와 종전 협상 성과 자랑...2월 말 푸틴과 만날 수도
우크라, 당사국 빠진 미러 종전 협상에 반발
트럼프는 협상 비난하는 우크라 젤렌스키 비난
"선거 안 한지 너무 오래됐다" 러시아 주장 반복
북한군 인명피해도 언급 "대다수 전멸"
지난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의 당사자 없는 종전 협상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며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를 3년째 침공중인 러시아와 같은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 회동에 대해 언급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같은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대표단과 만나 우크라 종전 협상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번 협상이 “아주 좋았다”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달 말에 만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번 협상에는 우크라 대표나 이웃한 유럽 대표는 초대받지 않았다.

이날 튀르키예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어떤 종전 논의도 우크라의 등 뒤에서 열려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러시아의 사우디 회동에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침략 받은 우크라가 자신의 성과에 반발하자 오히려 우크라를 비난했다. 그는 18일 "나는 이 전쟁을 끝낼 힘이 있다고 생각하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겨냥해 "당신은 3년 동안이나 그곳에 있었다. 전쟁을 끝냈어야했고, 시작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협상을 이뤘어야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나라면 우크라 영토 거의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협상을 이룰 수 있었다. 누구도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도시도 파괴되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하나의 지붕도 내려앉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27일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당시 미국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27일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당시 미국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아울러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9년에 취임한 젤렌스키의 대통령 임기는 지난해 5월 20일로 종료되었으나 우크라 정부는 전쟁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를 연기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젤렌스키가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해 8월 1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마도 그들(우크라)과 대화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신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는 "젤렌스키는 법적 관점에서 이미 몇 달 전에 정당성을 잃었다"면서 "우리가 보기에 우크라 정권의 대표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18일 러시아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는 "이런 말하긴 싫지만, 우크라 지도자의 지지율은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 사람들이 협상을 할 때 우리가 대선을 치른지 너무 오래됐다고 말하지 않겠느냐"며 "그건 러시아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라 나와 다른 많은 국가에서 나온 말이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7일 우크라 연구기관인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 내 젤렌스키 신뢰도는 52%로 2022년 3월(90%)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한편 트럼프는 우크라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 군인 수천명이 매주 살해당한다며 "많은 코리안(북한군)들도 사망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살해당했다. 그들은 싸우러 왔다가 대다수가 전멸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우리는 그것을 끝내길 원한다.
무의미한 전쟁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