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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포로 북한군, "한국행 희망.. 北 파병지·전투대상 모두 속여"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9 14:11

수정 2025.02.19 19:16

국내언론 인터뷰서 북한군 포로 "한국가고 싶다"
"한국군과 싸우는 줄 알아" 정부, 우크라와 협의 나서나
헌법상 北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간주…'본국 송환 원칙'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 11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뉴시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 11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뉴시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생포한 북한군 리모 씨가 국내 한 언론 매체와 현지 인터뷰에서 "80%는 결심했다"면서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밝힌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자신을 "(북한 인민군)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밝흰 리씨는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그의 희망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턱과 팔을 심하게 다친 그는 무인기와 포 사격으로 파병 온 부대 전우가 거의 다 희생됐다고 전했다. 그는 "무인기가 공격해와서 날 구해준 사람 한 명 두 명 죽고, 그러면서 나 하나 살아남았다'며 "다섯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이 몽땅 다 희생됐다"고 말했다.

리씨는 약 500명 규모의 대대마다 보위부 요원이 1∼2명씩 배치돼 북한군의 사상을 통제했다며 파병 기간 "무인기 조종사가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보위부(북한 정보기관) 요원 말에 속아 대한민국 군인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10월 초 북한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하다 12월 중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쿠르스크에 이송됐다. 러시아에 오기 3개월 전부터 집과 연락할 수 없어 부모님도 파병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자폭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다"며 자신도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왔느냐'는 질문에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며 쿠르스크에 도착한 뒤에야 전투 참여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달 5일부터 전장에 투입됐다고 부연했다.

이같이 북한군 포로가 직접 귀순 의사를 표하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 측과 그의 귀순을 위한 협의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13일 국가정보원은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며 귀순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정보위 국회 보고에서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도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리씨의 귀순 의사·진의를 직접 확인한 뒤에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법 규정상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데려오는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그가 북한으로 돌아가면 심각한 인권침해 위협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제네바 제3협약 주석서에 따라 포로 송환 의무의 예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엇갈린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 지원을 위한 파병 초기부터 파병의 부당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군 포로의 증언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군대를 유라시아 전장에 파병하면서도 그 사실을 숨겼을 뿐 아니라 전투 대상인 무인기 조종사가 한국군이라고 거짓으로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또 북한의 젊은 청년을 용병으로 보낸 이유에 대해 "핵심은 파병 수당으로 챙기는 '금전거래'와 정찰위성 기술 공유 등 '전략거래'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레거시를 만들어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영구집권의 기틀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북한의 민낯은 정신적, 이념적으로 가장 잘 무장된 군인이라도 폐쇄된 북한을 넘어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보거나 알게 되면 생각이 바로 바뀐다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희망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며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세상을 바로 알도록 하는 것이 안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확인하게 된 셈"이라고 반 교수는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젤렌스키 엑스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젤렌스키 엑스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