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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방치 조폐공사 지하벙커, '예술품 수장고'로 거듭난다

뉴시스

입력 2025.02.19 11:10

수정 2025.02.19 11:37

공사 화폐본부 내 2000여평 지하 벙커…수장고 활용방안 검토
[대전=뉴시스]2000여평 규모의 지하벙커가 있는 경북 경산시 조폐공사 화폐본부 전경. (사진=조폐공사 제공) 2025. 02. 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2000여평 규모의 지하벙커가 있는 경북 경산시 조폐공사 화폐본부 전경. (사진=조폐공사 제공) 2025. 02. 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저=뉴시스]곽상훈 기자 = 경북 경산에 있는 조폐공사 화폐본부 지하벙커가 예술품 수장고로 변신할 전망이다.

최근 국립한글박물관 화재로 유물 보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데다 국내 3대 수장고가 포화 상태에 놓여 있어 추가 수장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 조폐공사 화폐본부 내 지하 2층 6292㎡(1900여평)를 미술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시설은 전시대비 지하벙커로, 비상시 화폐를 보관하는 장소로 쓰기 위해 1975년 준공됐지만 사용 중지돼 빈 공간으로 방치되다시피 한 공간이다.

공사는 국립현대미술관 측과 2차례 실사를 통해 소장품에 대한 수장고 활용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술관은 이미 수장고 포화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점유율이 90%에 달해 추가 작품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늘어나는 소장품에 비해 보관 공간이 한정적이고, 노후화된 수장고에서는 관리의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에 현대박물관 측에서도 이곳을 '새로운 수장고'로 적합하다고 보고 조폐공사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곳 지하벙커는 강력한 보안 시스템과 견고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쉬운 환경 덕분에 미술품 보관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하벙커 수장고 활용의 장점은 명확하다. 안전성이 뛰어난 데다 외부 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으며, 이미 보안과 안전을 고려해 설계된 시설이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로부터 작품을 보호하기에 적합하다.

유물 보관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미술품과 문화재는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지하는 자연스럽게 온도·습도 편차가 적어 안정적인 보관이 가능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완전히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보다 조폐공사의 기존 공간을 개조해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빠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신규 수장고 건립에는 오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조폐공사의 지하 시설을 개조하면 훨씬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중앙 집중형 수장고'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한 곳에 집중된 유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문화기관들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수장고를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문화재와 예술품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보관 전략을 마련하고 재해 예방 및 위기 관리 매뉴얼을 더욱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지하벙커 활용 계획이 실현되면 국내 수장고 문제 해결과 함께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문화재 보관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홍보실장은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보안과 안전 인프라를 갖춘 국가보안시설 내 화폐 보관용 지하 벙커를 수장고로 활용하면 재난이나 긴급 상황에서 문화재와 예술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실장은 이어 "종이 화폐가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하벙커 수장고 활용은 귀중한 대안일 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귀중한 문화유산을 손상 없이 후세에 전하고, 국가의 문화적 자산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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