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판매가격이 2000만 원 이상 인상돼 가격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가격조정과 현지생산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관세 적용 전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이 기간 미국과의 적극적 협상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관세 25%·미국 투자해라" 압박…韓 수출액 9조원 감소 전망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아마 4월 2일에 말씀드리겠지만, 25% 근처가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다"고도 했다. 관세를 미국 내 투자 촉진을 위한 협상용 레버리지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세가 적용된다면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해 왔던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대(對)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347억 4400만 달러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관세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 수출액이 2024년 대비 63억 5778만 달러(약 9조 1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170만 대 이상을 판매한 현대차그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전체 판매량 가운데 57%가 국내에서 수출됐다. KB증권은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 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지난해 생산 물량의 84%를 미국에 수출한 한국GM도 관세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한국 내 생산물량이 줄어들 경우 한국GM의 향후 사업 지속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가격 조정·현지생산 확대…관세 부담 줄이기
업계는 가격 조정과 현지생산 확대 등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기 차종인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등 주요 차종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대부분 수출하고 있어 관세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에서 투싼 하이브리드는 3만 3365달러(약 4800만 원),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만 8790달러(약 4100만 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도 25%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1000만 원가량의 가격이 인상돼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G80 5만 7100달러(8100만 원), GV80은 5만 8200달러(8300만 원). G90은 8만 9700달러(1억 3000만 원)에 판매되고 있어 관세 적용시 2000만 원 이상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그나마 현지생산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점은 다행이다. 올해부터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되면 미국 내 100만 대 이상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 경우 미국 내 판매 물량의 70% 가까이 소화할 수 있다. 현대차는 당초 전기차 전용으로 계획했던 HMGMA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모두 생산하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남은 기간 대미 협상력 키워 관세 리스크 줄여야
궁극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투자 촉진을 촉구한 만큼 관세 적용 전까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공약했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등으로 관세 인상은 5%대로 후퇴한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관세 부과 전까지 미국 내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관세 부과를 유예받는 식으로 미국과 지속해서 협상을 시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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