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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정협의회 첫가동, 경제난국 돌파할 결실 내놔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9 18:23

수정 2025.02.19 18:23

민생 팽개치고 싸움 일관한 정치권
포퓰리즘 버리고 대승적 판단하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20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국정공백의 혼란을 메워줄 협의체 가동은 일찍 논의됐지만, 여야의 싸움으로 지연되다 이제야 열리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여러 현안들을 논의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탄핵정국의 분란 속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세가 맞물려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통령이 있어도 난국을 헤쳐나가기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돌발적 정치상황이 나라를 더 큰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문제는 이 판국에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정치권이다. 국가원수가 없는 누란의 위기임을 인식한다면 여야가 하나 되어 국민을 이끌어,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어야 했다. 그러나 도리어 여론 분열을 야기하면서 경제 살리기는 뒷전으로 내몰았다.

나라 안팎의 사정을 돌아보라. 4월 2일부터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는 등의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만이 문제가 아니다. 내수부진은 수년을 넘기며 지속되고 있고, 건설업과 자영업은 줄도산과 줄폐업을 목전에 둔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은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처럼 벌어지고 있다.

입으로는 경제와 민생을 습관처럼 내뱉으면서도 정치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더욱 격한 싸움을 벌이며 정작 위기를 맞고서도 표심을 얻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반도체 주 52시간 근무'에 관한 줏대 없는 태도나 말로만 성장과 기업을 외치는 이중성이 그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정권 유지와 정권 재창출에 목을 매며 협상력을 상실한 채 야당 공격과 윤석열 대통령 보호와 대변에 골몰해 왔다. 그러는 사이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고, 예견된 트럼프 정책에도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며 몰아쳐 오는 태풍에 국가의 운명을 내맡기고 있다.

도대체 이런 정치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국정협의체 하나 꾸리지 못하고 두 달이 넘는 시간을 허송세월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국가와 국민은 도외시하고 자당의 이익 추구에만 빠져 긴급하고도 중요한 현안들을 놓고 여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 아닌가.

노동계 눈치 보느라 극히 일부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노동의 유연성조차 허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와서 각자의 주장을 부각시키면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이라는 효과도 불분명한 논제에 함몰되어 지금까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포퓰리즘의 족쇄 아닌 족쇄를 풀고 어떻게 하면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불투명한 국가의 미래를 밝힐 것인지만 생각하기 바란다. 어느 한쪽의 양보나 타협이 없다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공방만 하고 회의는 끝날 것이다.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면 눈을 감고도 같이 걸어갈 수 있다.

외환위기만큼 힘든 국가적 위기상황을 염두에 두고 협의체 참석자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만약 빈손으로 끝난다면 참석자들은 늑장 대처에 직무유기 책임까지 더해 훗날 호된 역사의 비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