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통과, 입법에 속도내야
형사처벌 등 추가적 엄단책도 필요
형사처벌 등 추가적 엄단책도 필요

다국적기업이 세무조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비로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그동안 해외 빅테크 등 다국적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세당국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문제까지 제기됐다.
소득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어야 한다. 세금을 회피하고 버티다 소액 과태료로 퉁치는 꼼수 기업에는 철퇴를 내려야 마땅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8일 통과시킨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다국적기업 등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과태료 제재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게 취지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세무자료 제출을 거부한 기업을 대상으로 일평균 수입금액의 0.3%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은 점차 늘어 어지간한 우리 대기업들을 넘어선다. 그러나 공시액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며 사실상의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 가령 2022년 기준 구글코리아는 매출이 12조원으로 추정되는데 3650억원만 공시했다. 전체 매출의 30분의 1도 공시하지 않은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여러 편법을 동원해 자료를 은폐하고 세정활동을 방해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국적기업 본사가 해외에 있어 자료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제재는 약했다. 지난해 자료 제출 요구를 90차례 넘게 거부한 다국적기업이 2000만원의 과태료 처분만 받은 일도 있었다. 부과한도가 낮고 여러 번 부과가 불가능한 과태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조세정의는 외국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
다국적기업은 매출원가를 올려잡고 영업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적게 내기도 한다. 국내 수익을 해외법인 회계로 처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에서 거둔 이익의 상당 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본사에 넘기는 수법도 있다. 세정질서를 확립하고 세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이런 편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앞으로 원천적으로 세금회피를 막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이행강제금뿐만 아니라 추가 조치가 더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규제가 엄격한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한다. 세금 소멸시효 중단 등의 규정이 있는 국가도 있다. 강력한 제재만이 과세자료 확보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영업을 한 빅테크 등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세금을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금 잘 내는 기업은 영업활동을 도와주고 그렇지 않으면 강력히 제재하는 것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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