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파리의 유서깊은 서점이 만난 작가 20명…인터뷰집 국내 출간신간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919년 프랑스 파리에 처음 문을 연 영어책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앙드레 지드 등 당대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들이 이 유서 깊은 서점에 드나들었고, 지금도 유명 작가들이 청중 앞에서 '작가와의 대화'라는 이름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문학 디렉터이자 영국 작가인 애덤 바일스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작가들을 인터뷰한 기록 20편을 엮은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은 콜슨 화이트헤드, 2016년 공쿠르상 수상자 레일라 슬리마니 등 쟁쟁한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애덤 바일스는 서문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작가를 인터뷰했는지 일일이 세어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수백 명은 될 것"이라며 "수록할 인터뷰를 고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가들은 하나같이 안전한 일화나 편안하게 미리 준비한 답변을 거부하고 더 위태롭고 흥미진진하며 새로운 생각을 전하려 했다"며 "그런 밤이면 (인터뷰를 하는) 방 안에 억누를 길 없는 어떤 힘이 솟아오르는 듯했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작가들은 글쓰기와 예술, 삶에 관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답변했다. 일부 인터뷰에선 페미니즘, 인종 차별 등 현시대의 주요 논쟁거리들이 주제로 올랐다.
아니 에르노는 그의 소설 '세월'을 주제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창이었던 2018년 10월 인터뷰했다.
아니 에르노는 '현재의 여성 혁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 책의 집필을 마친 2007년에는 여성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10년 사이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투 운동이 뜬금없이 시작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2010년에 스무 살이었던 여성 세대는 남성의 성욕과 특권에 대해 다른 태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여성 흑인 노예의 탈출기를 담은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저자인 콜슨 화이트헤드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에서 흑인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제가 볼 땐, 특별히 잔혹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한 번씩 경찰의 잔혹 행위를 두고 토론하다가 1년쯤 지나면 다시 이야기를 멈추는 식이 반복되는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작가들이 창작의 어려움 또는 작품을 집필하면서 특히 신경 쓰는 점을 털어놓는 대목도 눈에 띈다.
소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의 작가인 말런 제임스는 '소설 속 인물의 마음 안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향을 좀 피운 다음 사탄에게 기도한다"고 익살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소설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를 쓴 제스민 워드는 "저는 인물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최대한 복잡하고 인간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트라우마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책들.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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