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뇌물을 받고 공사업체 선정 특혜를 제공했단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금품 전달 역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유덕열(70) 전 동대문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이석재)은 20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유 전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구청장은 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담당 공무원이자 자신의 비서실장이던 이 모 씨에게 동주민센터 공간개선 사업의 관급공사(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의계약이란 경쟁에 부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하는 방식이다.
계약을 맺은 공사업자 김 모 씨는 수주 브로커를 통해 유 전 구청장에게 200만 원을 건넸으나, 2018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뇌물 제공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겠단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전 구청장은 5급 승진을 앞둔 자신의 비서실장 이 씨에게 "김 씨에게 2400만 원을 주고 민원을 무마하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단 혐의를 받았다. 이 씨는 실제로 김 씨를 두 차례 만나 각각 1000만 원과 1400만 원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담당 과장에게 이 사건 공사를 목적으로 한 수의 계약 체결에 관해 지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 씨가 5년 전 경험한 사실에 관해서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동대문구청장 후보자로 출마하기 위해 2018년 4월 6일 예비 후보자로 등록해 그 시점으로부터 구청장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됐다"며 "피고인이 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결제 업무 지시·회의 주재를 할 수 없단)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해 김 씨의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주재했단 것은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 씨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공사 대금 지급 업무를 잘못 처리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피고인이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이 씨를 포함한 공무원들을 불러서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구청장으로서의 정당한 권한 행사 범위"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유 전 구청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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