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국민의힘은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우파 정당' 발언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우클릭' 정책 행보에 이어 이념까지 중도·보수층을 겨냥하자 여권 내부에서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온건보수층의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보수라고 외쳐본들 어느 국민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믿겠냐"며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하겠다면 민노총 극렬 간첩 세력에 끌려다니는 비굴한 연대부터 끊어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안 돌리겠다고 말하면서 우회전은 하겠다는 소리 아니냐"며 "'보수인가 아닌가' 여부는 그동안 축적된 실천과 언행으로 평가받는 것이지,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내에서는 계파와 상관없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중도우파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주장하는 건 '사실 난 여자'라는 얘기만큼이나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담긴 의미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 종결이 다가오며 조기 대선이 임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대표에게 중도·보수 표심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실제 신 전 부총장도 이날 "그가 왜 이런 화두를 꺼내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이 대표의 진정성 없는 우클릭 해프닝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며 "지금 우파 코스프레가 아니라 영토 침범을 기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극우로 몰아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여권이 탄핵 심판 국면에서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면서 강경 보수층과 손을 잡고 극우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이 틈을 민주당과 이 대표가 노리고 강경 보수층과 온건 보수층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사실상 민주당은 조기 대선 행보를 하고 있지만, 여당은 아직도 탄핵 국면에 갇힌 형국"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서는 좀 더 중도에 가까운 보수와 중도층의 표심을 의식해서 최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조기 대선을 치르면 어떻게 할 지 걱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선거를 앞두고 범진보는 우클릭을 통해서 중도 확장을 꾀했고, 반대로 범보수 정당은 좌클릭을 통해 중도 확장을 꾀했다. 이게 대표적인 선거 공식이다"라며 "이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선언은 너무 심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나름 공식대로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그런 움직임 자체가 전혀 없다. 윤 대통령 지키기와 강경보수에 매몰돼 있다"며 "만일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을 준비하며) 태세 전환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권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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