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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짓말 퍼부으며 젤렌스키 흔들기…공화당도 '절레절레'

뉴스1

입력 2025.02.20 15:04

수정 2025.02.20 15:07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몇몇 허위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젤렌스키 흔들기'에 나서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부르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초 대선에서 당선된 젤렌스키 임기가 5년으로,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5월 후임에게 자리를 넘겨줬어야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독재'와는 거리가 멀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해 계엄령이 선포됐고, 전시 중 선거가 중단되면서 임기가 합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계엄령 자체는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직후인 2015년 제정된 것으로 젤렌스키의 임기 연장과는 무관하다. 젤렌스키는 전쟁이 끝나는 즉시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한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를 "지지율 4%짜리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계엄을 통해 정권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개전 초기에 비해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이번 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그의 지지율은 57%에 달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본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를 향해 "애초에 이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협상을 했어야 했다"며 전쟁의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돌렸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복해 온 것이다. 푸틴은 지난해 2월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라고 주장했으며 지난 1월에는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를 "불법적인 대통령"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규모에 대해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쓰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독일 키엘(Kiel)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조로 할당한 금액은 1190억 달러 상당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허위주장을 하는 배경엔 선거 기간에 공언한 빠른 종전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의 열쇠는 사실상 러시아가 쥐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을 하면서 러시아에 대해선 제재를 단행하면서 종전을 압박했으나 전쟁은 3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며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미국과 러시아 양국 관계를 회복해 종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요구수준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젤렌스키를 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허위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부어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것도 그가 즐겨 사용하는 협상의 기술이라는 분석이다.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의 도를 넘는 허위주장이 이어지자 국제사회는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대통령님,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이 잔혹한 침공을 감행한 것은 러시아다.
평화로 가는 길은 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