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국내 1조 스포츠패션 브랜드' 뉴발란스가 2030년 사실상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15년간 한국 사업을 맡아온 이랜드월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유통 당시 2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1조원 브랜드로 성장시키면서 뉴발란스가 이랜드월드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직진출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해외 브랜드 직진출시 국내 업체의 유통 역량과 노하우가 단절돼 역성장하는 사례들도 있어 양측의 최종 결론에 귀추가 주목된다.
'1조 브랜드' 키우자 직진출 추진
20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뉴발란스는 올해 말까지였던 이랜드월드와의 국내 브랜드 유통·운영과 관련한 라이선스 계약을 오는 2030년까지 연장했다. 뉴발란스는 동시에 2027년 한국법인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뉴발란스의 한국 직진출로 이랜드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 매출 비중은 2023년 기준 패션부문 매출 3조2450억원의 28%에 달한다. 계약 종료 전 매장과 재고를 정리하는 것도 추가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규모가 상당했던 만큼 뉴발란스가 직진출하면 관련 매장과 인력을 정리하는 비용도 상당할 것"이라며 "직진출이 현실화하면 1~2년 간은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발란스 전국 매장은 직영점 8곳을 포함해 총 210개다.
직진출했다 실패도 잇따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브랜드의 직진출 사례는 최근 몇년 새 부쩍 많아졌다. K뷰티, K패션으로 한국시장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직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브랜드사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골든구스는 대표적인 직진출 실패 사례다. 골든구스는 2017년 한국 시장에 직진출 뒤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가격을 인상한 것이 독이 되면서 2019년 5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3년 12억원까지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던 돌체앤가바나도 비슷하다. 2018년 국내 시장에 직진출한 돌체앤가바나는 영업손실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진출로 기존 계약자와 결별하면 유통채널에서 매장이 모두 빠지고, 국내 패션·유통기업들이 갖고 있던 유통 노하우,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지원받을 수 없어 쇠퇴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한국법인 인력 채용 등 고정비 증가와 플래그십 매장 등 투자비가 막대해 직진출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뉴발란스와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한국 법인 설립이 직진출 확정이 아닌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에 관해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다른 글로벌 스포츠브랜드사와의 파트너십 계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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