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막말에 분노하는 우크라인들…"역시 푸틴 친구였다"

뉴스1

입력 2025.02.20 17:21

수정 2025.02.20 17:2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전쟁 책임을 전가하며 근거 없이 자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한 때나마 그를 향했던 우크라이나 국민의 기대감이 분노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11년 동안 전쟁 희생자 추모비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에 매진해왔다는 나탈리아 클리미우크는 NYT에 "나는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을 믿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언제나 푸틴의 친구였고, 갑자기 우리의 친구가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클리미우크는 이날 키이우 중심부 독립광장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대규모 군중과 함께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병사가 전사할 때마다 세워진 수만 개의 작은 깃발이 광장에 펄럭였다.

이날 광장의 분위기는 특히 침울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시작했다"며 전쟁에 관한 사실관계를 오도했다.

또 지지율 50%를 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지지율 4%"라고 근거 없이 조롱하며 "우크라이나는 대선으로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되뇌였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트럼프는 더 나아가 이날 젤렌스키를 "독재자"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독립광장을 지나던 마리나 이바시나(30)도 트럼프의 발언에 분노를 표했다. 그녀는 "이번 전쟁으로 내 아버지는 전사했고 남편은 지금 실종 상태"라며 "나는 더 이상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협상을 믿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를 향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감정이 단숨에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정치 분석가 올레 사캰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에 피로감을 느끼던 사람들은 트럼프가 러시아에 종전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이제 그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선거를 강요하는 것은 자유를 뺏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젤렌스키 반대파'로 꼽혀온 우크라이나 정책형성센터 분석가 올렉산드르 노테브스키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른 지도자로 교체되길 바라지만, 그러한 결정은 오직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내릴 수 있다"며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히 젤렌스키를 향한 공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부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한 36세의 특수작전 부대원은 NYT에 "트럼프는 푸틴과 같다"며 "그는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