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에 핵심 기술 제공한 사건
솜방망이 판결로는 유출 방지 못해
솜방망이 판결로는 유출 방지 못해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씨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기술유출 범죄에 선고된 형량 가운데 최고라고 한다. 김씨는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빼돌려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은 20년이었다. 물론 현재까지 나온 판결 가운데 최고 형량이라고 하나 법원은 7년으로 대폭 줄였다.
검찰의 중형 구형의 이유는 충분하다. 김씨의 혐의는 2016년 CXMT로 이직하면서 반도체 '증착' 관련 자료와 7개 핵심 공정 기술자료를 유출하고 수백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이다. 피고인이 얻은 금전적 대가도 막대하지만 기업은 물론 국가적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CXMT는 중국 유일의 D램 생산업체로 현재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좇아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이 중국 기업이 기술장벽을 뛰어넘어선 데는 김씨의 기술 제공이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삼성전자와 국가에 산정할 수 없는 손실과 피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수천억원 또는 수조원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그런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재판부는 역대 최고형이라는 점에 만족하며 형량을 대폭 깎아줬다. 기술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보망이 허술하고 수사력이 부족한 것이 첫째 이유다. 그보다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더 많은 잘못이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최장 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대만에서는 기술유출을 국가안전법으로 다스려 최고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법률의 처벌 규정도 약하지만 우리 법원은 기술유출 범죄에 관대한 처벌로 일관했다.
이런 온정적 판결은 사법부의 현실 판단력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세계 각국은 지금 반도체 전쟁을 벌이면서 자국 기술 보호와 다른 한편으로 기술 빼돌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기술 보호와 유출 방지의 중요성은 유출될 경우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최고형을 선고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항소심에서는 더 높은 형을 선고해야 한다. 검찰도 구형량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그런 판례가 쌓여야 경각심을 일깨워 유출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은 언제나 경제사범에 대한 온정적 판결주의에서 탈피할 텐가.
칼 든 강도보다 이런 고급 기술 유출사범의 죄과는 수십배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을 법관들은 알아야 한다. 판사실과 법정에 앉아 탁상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 필요하면 현장으로 찾아가 목소리를 듣고 사회를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 판결과 나아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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