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덤핑 조사’ 칼 빼든 정부… 韓철강 "경쟁력 생겼다" 숨통 [중국산 후판에 고율관세]

홍요은 기자,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0 18:00

수정 2025.02.20 18:30

中 저가공세에 수입 4년來 3배↑
가격 교란에 국내시장 피해 심각
트럼프發 관세 리스크 ‘설상가상’
업계 "정부 보호장치 마련" 환영
‘반덤핑 조사’ 칼 빼든 정부… 韓철강 "경쟁력 생겼다" 숨통 [중국산 후판에 고율관세]
정부가 저가에 공급되던 중국산 후판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국산 후판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에서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장 8조원 규모…"가격교란 진정 기대"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의 덤핑방지를 위해 잠정 덤핑방지관세 27.91~38.02%를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수입 후판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는 이번이 최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와 교량, 중장비, 송유관 등에 사용된다.

중국산 후판 저가 공세에 시달려 온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번 관세 부과로 한결 숨통이 트였다는 입장이다.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연 8조원에 달한다. 저가 수입재 유입이 줄면 국내 시장에서의 내수 유통가격을 올리면서 혼란을 일정 부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국내 후판 시장은 약 8조원 규모다. 후판 가격은 t당 100만원 수준으로 연간 수요 800만t에 달하는데 이는 무역위가 역대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시장 규모 중 최대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은 20~30%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유입되어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며 반덤핑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실제로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 4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이 자국 내수부진으로 소비되지 않은 후판을 해외로 저가에 밀어내면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4만6000t이던 중국산 유입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138만1000t을 기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국내 철강시장의 피해가 심각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며 "본조사와 최종판정이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동등한 가격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韓 주요국 비해 보호장치 부족"

정부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에도 곧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국내로 유입되고 있어 가격경쟁력 약화가 심각하다며 반덤핑 제소를 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이 국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해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열연강판 총수입액 199억4000만달러 중 중국·일본산이 158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무역위는 이날 이미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평판압연에 대해서도 가격 약속을 연장, 원심 3심에서 재심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내년 기간이 만료되는 중국산 H형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에 대해서도 연장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전쟁 영향으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에 비해 느슨했던 국내 철강산업 보호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무역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우리 시장만 중국에 뺏길 수 있다"며 "미국이 원산지규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밀어내기를 방치할 경우 수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규제 강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