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DJ·文도 '중도·보수' 발언"…'친노' 이광재도 "李, 정도 걷고 있다"
비명 "李, 파란옷 입고 빨간색 가치 얘기"…일각 "망언 사과" 요구도
'정체성 논쟁' 확전 여부 주목… 갈등 우려 속 '중도 흡수' 관측도
DJ·盧·文 '뿌리논쟁' 번진 野 정체성 공방…'대연정'도 소환(종합)친명 "DJ·文도 '중도·보수' 발언"…'친노' 이광재도 "李, 정도 걷고 있다"
비명 "李, 파란옷 입고 빨간색 가치 얘기"…일각 "망언 사과" 요구도
'정체성 논쟁' 확전 여부 주목… 갈등 우려 속 '중도 흡수'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우리는 사실 중도 보수" 발언으로 촉발된 정체성 공방이 민주당이 탄생시킨 전직 대통령들을 연이어 소환하며 '뿌리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날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몰역사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는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중도우파·보수를 자처했다며 '역사적 정통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친명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중도 우파'를 언급했다"며 당시의 김 전 대통령 발언을 담은 언론 보도를 사례로 들면서 비명계의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13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 당은 중도 우파"라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도 근거로 제시됐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신문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정당이다'라는 발언을 했다"며 "해당 기사의 제목은 '우리 당은 보수다'라고 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명계 중에서는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했다.
이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이 돼 보니 중도를 기초로 진보·보수 정책을 가져다 쓰게 됐다"고 발언한 것을 소개하며 "이재명 대표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으로 꼽히는 대연정 제안도 친명계에서 나왔다. 중도 정당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중도·보수 인사들과의 연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을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을 위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과도 함께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는 이날도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것이 사실에 부합한다며 이 대표의 발언이 성급했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YTN 라디오에 나와 "하루아침에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중도·보수' 망언은 철학도, 역사도, 기본 이념도 없는 정치적 수사"라며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독재에 맞서 싸워온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 그리고 당원이다. 원래 우리의 자리를 놔두고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이 대표"라며 "민주당의 이 대표로 돌아오라.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얘기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체성 논쟁을 두고 당내에서는 계파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걱정어린 시선과 '괜찮다'는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우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쪽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일극 체제' 문제로 갈등 양상에 있던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양측이 노선을 놓고 생산적인 토론을 벌인다면 오히려 당의 근본을 성찰하는 모습이 부각되며 전체적으로는 유권자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이같은 낙관론적 관점에서, 김 전 대통령이 중도 우파를 자처했다는 점이 오히려 널리 알려지는 효과를 불러오며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에 거부감을 가지는 유권자들의 민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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