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풍경, 세상의 풍경'·'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신간] 밑줄 그은 책은 특별해진다…'밑줄과 생각''영화의 풍경, 세상의 풍경'·'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밑줄과 생각 = 정용준 지음.
지난해 오영수문학상과 젊은예술가상을 받은 소설가 정용준이 읽기와 쓰기에 대한 감상을 담은 글 37편을 모은 산문집이다. 정 작가가 창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밑줄이 그어지면 책은 책 이상이 된다"고 썼다. 아울러 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를 "저자와 악수하고 인물과 포옹하고 이야기와 연결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책에 실린 글 '소설의 기술'에서 "나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화려하게 살았던 러시아의 황제는 모르지만 권력자의 폭압을 풍자하며 초라하게 살았던 바보 이반(톨스토이 소설 '바보 이반' 주인공)은 안다"고 말한다.
또 "인간을 설명할 가장 탁월한 예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소설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 작가는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등을 발표했다.
작가정신. 340쪽.

▲ 영화의 풍경, 세상의 풍경 = 오길영 지음.
충남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가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담은 산문집이다. '영화 애호가'를 자처하는 그는 책의 머리말에서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세상과 연결된 영화의 의미를 이모저모 따져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전문가가 아닌 애호가로서 쓴 글인 만큼 대부분 상업영화를 다뤘다. 영화의 기법이나 예술성 등을 분석하기보다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또는 관객으로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다룬 글 '사랑 얘기를 또 하는 이유'에서 "어떤 말과 글과 이미지를 사용해도 사랑과 죽음이라는 실재를 모두 담을 수 없다"며 "문학과 영화가 수천 번, 수만 번 사랑을 말하고 또 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을 다룬 글 '안이함의 결과'에선 "이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며 "자신이 만든 영화가 계속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 감독이 자기 확신에 빠진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꼬집었다.
소명출판. 336쪽.

▲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숀 휴잇 지음. 루크 에드워드 홀 그림. 김하현 옮김.
서양 고전문학 속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를 선별해 묶은 책이다. 남성 간 사랑을 금기시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활동했던 오비디우스, 루키아노스, 호메로스, 크세노폰 등의 글이 저자의 해설과 함께 실렸다.
표제는 고대 그리스 시인 테오그니스의 시 '애가'에서 따 왔다. 테오그니스가 남긴 두 권의 서정시집 가운데 제2권에 실린 164편의 시 대부분은 동성애가 주제라고 한다.
"그대의 얼굴이 내 앞에 있는 한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키스가 죽음을 의미한다 해도 나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예요."(시 '애가' 중)
성소수자인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주변 세상에 자기 모습이 반영되지 않을 때 다른 세상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저자는 또 "퀴어 없는 세상이란 거짓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로마인의 생동감 넘치는 솔직함은 여전히 편협하기만 한 우리의 대중적 관점을 조롱한다"고 덧붙였다.
삽화는 영국의 화가이자 디자이너, 칼럼니스트인 루크 에드워드 홀이 그렸다.
을유문화사.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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