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2TV 심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의 여섯 번째 주자였던 '이영지의 레인보우'가 21일 오후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오는 3월 14일부터 후속 시리즈의 MC로 박보검이 오르는 가운데, 이영지는 최연소이자 최장수 MC라는 타이틀을 남기고 '더 시즌즈' 호스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영지는 지난해 9월 27일부터 이 프로그램과 함께해 왔다.
그간 화사, 김연자, 이적, 미미, 안유진, 박정민, 선우정아, 로이킴, 적재, 유병재, 코요태, 양희은, 인순이 등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85팀의 게스트들을 만나 음악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던 이영지. 그는 특유의 남다른 친화력과 유려한 진행 솜씨를 뽐내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영지는 '더 시즌즈-이영지의 레인보우'를 통해 '2024 KBS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심야 음악 프로그램 MC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증명해 내기도 했다.
최근 뉴스1은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진행된 '이영지의 레인보우' 녹화 현장을 찾아 마지막 녹화를 앞둔 이영지를 만났다. 마침 현장에서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에게 감사패까지 받은 이영지는 들뜨면서도 마지막 녹화에 나서는 아쉬운 마음을 품고 '이영지의 레인보우'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9월부터 약 5개월의 기간 동안 '더 시즌즈'의 MC를 맡았던 소회를 밝힌다면.
▶저는 사실 시작하기 전에 큰 부담이 있었다. 제 앞에 해주셨던 MC분들께서 워낙 음악적인 경력으로도 선배이신 분들이었고, 진행하셨던 결도 굉장히 매끈하게 하셨던 걸 보면서 제가 과연 그 대를 이을 수 있을까 싶었다. '더 시즌즈' 뿐만이 아니라더라도 그전에 이소라 선배님, 노영심 선배님, 윤도현 선배님까지 엄청 많은 분들이 MC로 계셨는데, 그분들의 결을 잠깐이나마 제가 이어받는다는 게 굉장히 큰 부담이었다. 근데 제작진이 저에게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는데, 이게 제작진분들의 전략인가 싶었다.(웃음) 첫날부터 '첫날에 이렇게 잘한 사람들이 없다'라고 해주시는데 저는 '아 그 말을 지금 여섯 번째 하셨겠구나' 싶었다.(웃음) 그래도 제작진분들이 그렇게 독려를 해주시고 제가 더 뭔가를 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주셔서, 저는 그냥 편하게 잘 놀다가 가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일터였지만 마지막에는 가족이었다.
-'더 시즌즈' 최연소이자 최장수 MC가 됐는데.
▶저는 최장수인 걸 팬분들이 알려주셔서 알았다. '네가 제일 길게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해서 보니깐 진짜 제가 제일 길게 하고 있더라. 제작진분들도 '영지가 계속 같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저도 진짜 같이하고 싶어 아쉽다. 그래도 저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제가 최장수라고 해도 20부작이었다. 한 달에 네 번 찍는 거니깐 그렇게 막 오래 했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이제 막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겠다고 적응이 되어 가던 찰나에 끝나게 돼 아쉬운 마음이 있다.
-그간 진행을 하면서 나 스스로가 변화했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나.
▶예의를 조금 갖추게 됐다. 제가 예의가 없었다.(웃음) 제가 좀 편한 방식의 진행을 제 개인적인 채널을 해왔다 보니깐 예의가 없었는데 여기서 예의를 배우게 된 것 같다. 또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게스트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음악을 소개받는 입장이었는데,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음악을 왜 사랑하게 됐는지, 또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과정을 듣게 되니깐 배워가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제가 음악적 경력이 많았다면 오히려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제가 음악적인 경력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게스트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면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게스트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가 있나.
▶지금 떠오르는 분은 양희은 선배님이다. 양희은 선배님이 저한테 안경을 선물해 주셨다. 직접 쓰는 안경 5개였다. 가격도 가격이고 정말 오래 사용하신 소중한 안경이었다. 제가 지나가는 말로 '안경이 너무 예뻐요'라고 했는데 선배님이 '주면 낄 거냐?'라고 하시더라. 선배님이 '지구오락실' 좋아하시니깐 제가 '지구오락실'에 매번 끼고 나오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주소 보내'라 하면서 안경 5개를 보내주신 거였다. 이렇게 어린 후배한테 어떻게 이런 친절을 베풀어 주실 수 있으실까 싶었다. 또 김연자 선생님도 첫 화에 나와 주셨는데 '아모르 파티'가 제 인생곡이다. 그걸 같이 부를 수 있게 돼 영광이었다. 근데 여러 가지로 기억에 남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사실 한 분만 꼽기는 진짜 어려운 것 같다.
-'이영지의 레인보우'를 통해 우수상도 받았고, 예능센터장에게 감사패도 받지 않았나.
▶감사패도 받고 상도 받았는데, 저는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왜냐면 저는 주실 거면 신인상을 주시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우수상을 주셔서 너무 얼떨떨하고 감사했다. 저는 MC 시켜 주신 것만으로도 엄청 감사했었다. 이런 말을 제작진에게 하니 '네가 잘해서 그렇다, KBS랑 더 오래 일하면 대상도 탈 거다'라고 해주셔서 너무 부담이 들기도 했다.(읏음)
-후임 MC로 박보검이 오게 됐는데, '더 시즌즈' 진행의 꿀팁을 전한다면.
▶사실 제가 박보검 씨 연락처가 없으니 이렇게 인터뷰로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웃음) 제가 '더 시즌즈' 진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이 이 프로그램은 MC의 특성에 따라서 매 시즌이 바뀌는 굉장히 유동성이 강한 프로그램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MC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그 색깔로 다 물들게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이 있으실 것 같은데, 보검 님도 보검 님의 색깔대로 이 프로그램을 물들이게 되실 거니깐 너무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조언을 드리자면 프롬프트가 종종 꺼지기 때문에 그때는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너무 어색하거나 민망하시면 그냥 관객분들에게 '박수 주세요'라고 하시면 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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