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vs FC안양 첫 리그 맞대결…프로축구 새 히트상품 기대감
겨울날씨 뚫고 관중몰이…첫판부터 뜨거운 K리그1 연고이전 더비FC서울 vs FC안양 첫 리그 맞대결…프로축구 새 히트상품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좋지 않은 역사가 있으니, 더 신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2일 프로축구 FC서울과 FC안양의 첫 K리그1 맞대결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추운 겨운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웠다.
경기장 주변과 월드컵공원은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과 안양의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북적였다.
2도의 기온에 바람이 꽤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2도로 기록됐다.
그러나 지하철 6호선 열차에선 킥오프까지 4시간이나 남은 시점에도 축구 팬들이 계속 쏟아져나왔다.
주변 도로는 국가대표팀 A매치가 열릴 때처럼 꽉 막혔다.
서울과 안양 사이엔 '악연'이 있다.
FC안양은 2004년 안양이 연고였던 LG 치타스가 서울로 옮겨 FC서울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지역 축구팀을 잃은 안양 팬들이 시민구단 창단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창단된 구단이다.
2013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안양은 지난 시즌 K리그2(2부)에서 구단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1으로 승격했다.
2017년 코리아컵 32강(서울 2-0 승)에서 처음 맞대결을 펼쳤던 양 팀은 안양의 승격으로 올해 정규리그에서 더 뜨거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서울이 안양에서 연고를 옮겨온 건 21년 전 일이며, 안양이 창단한 것도 12년이나 됐다.

그러나 안양의 비교적 '새내기' 팬들도 서울을 다른 팀보다 '적대적'으로 인식한다.
보라색 구단 머플러를 하고 친구들과 경기를 보러 온 윤희재(19)씨는 "2022년부터 안양을 응원해 연고 이전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구단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등을 통해 당시 얘기를 접했다. 서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오니 한양 온 촌놈들처럼 기분이 좋기도 하다. 처음 응원 시작했을 때부터 이 경기를 기다려왔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날 3만5천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5천여 명의 안양 원정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검붉은 물결로 경기장을 채운 서울 팬들과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서울도 할 말이 있다.
원래 서울에 있던 연고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서울 공동화(空洞化) 정책'에 따라 안양으로 옮겼고 이후 다시 서울로 돌아간 만큼, 연고 이전이 아닌 '연고 복귀'라는 게 서울의 입장이다.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이날 구단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카드섹션을 펼쳤다.
전신인 '럭키금성 황소'의 창단 연도인 '1983'과 서울로 연고를 옮기기 전 우승 횟수까지 포함한 '별 6개'가 관중석을 수놓았다.
안양이 연고이던 시절까지, 모두가 서울의 역사라는 뜻이 담긴 셈이다.
양 팀 감독들도 '민감한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유병훈 안양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팬들의 한을 아는 만큼, 투혼과 영혼을 담아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냉정하게 경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인지를 많이 시켰다. 그러나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면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흥행의 동력이 되는 적대감은 프로스포츠에 귀한 감정이다.
윤씨와 그의 친구들, 팬 인터뷰를 하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고래고래 응원 구호를 외치며 서울 서포터와 응원 대결을 펼친 안양 서포터, 안양 유니폼을 맞춰 입고 왔으면서도 해맑게 웃으며 'FC서울' 입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가족들 모두, '전의'보다는 축제를 기다리는 '설렘'이 표정에서 훨씬 많이 묻어났다.
21년 묵은 '스토리'만큼 경기장 안에서의 진짜 승부도 뜨겁게 전개된다면, 서울과 안양의 연고 이전, 혹은 연고 복귀 더비는 K리그의 새로운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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