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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껍데기만 남은 새조개 양식장…고수온에 어민들 '망연자실'

연합뉴스

입력 2025.02.23 08:01

수정 2025.02.23 08:01

전남 여수서 새조개 등 제철 어패류 피해 속출 어획량 줄면서 가격은 급등…도 "자연재난 피해 최소화 노력"
빈 껍데기만 남은 새조개 양식장…고수온에 어민들 '망연자실'
전남 여수서 새조개 등 제철 어패류 피해 속출
어획량 줄면서 가격은 급등…도 "자연재난 피해 최소화 노력"
전남 여수 새조개 양식장 (출처=연합뉴스)
전남 여수 새조개 양식장 (출처=연합뉴스)

(여수=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손 놓고 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어쩌겠어요."
전남 여수시 돌산읍 어촌계장 김영관(71) 씨는 빈껍데기만 남은 남은 새조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선에 그물을 달고 새조개 양식장 일대를 몇바퀴를 돌아왔지만, 건진 것은 깨져있거나 텅텅 빈 조개껍데기뿐이었다.

그물을 던졌다 하면 어선을 꽉 채웠던 지난해와 달리 작년 여름 30도를 웃돈 수온으로 인해 알이 꽉 찬 새조개는 보이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을 뒤로 하고 김씨는 배를 몰면서 폐사한 새조개 껍데기를 수거해 포대에 넣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질 수 있는 새조개라도 있을까 싶어 물을 뿌리며 조개 사이를 손으로 뒤적거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새조개는 6~10월 종표(어린 개체)가 성장해 이듬해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수확된다.

지난여름 전례 없는 고수온을 겪으면서 새조개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모두 폐사했다.

수확량이 줄자 새조개 가격도 1㎏당 10만원이었던 가격이 2배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수 가막만에서 양식장을 운영해온 김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수온이 높아서 새조개가 전량 폐사한 적은 처음이다"며 "새조개 양식은 어려워서 주로 자연산 종묘(어린 개체)에 의존하는데 자연산은 또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죽을 맛이다. 열심히 키운 새조개는 못 건지고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바닥에 깔린 빈 껍데기를 건져 양식장을 청소하고 있다"며 "일종의 재연재난이다. 누굴 탓할 수도 없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고수온의 여파가 해를 넘기면서 새조개 등 제철 어패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 음식점에 새조개 공급 물량이 준데다 상품가치도 과거에 비해 떨어지면서 손님들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강모씨는 "최근 새조개를 먹어봤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예년에 비해 크기가 작아 조금 실망했다"고 전했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고수온 특보가 해제된 10월 초까지 전남 시군 10곳에서 21개 품종에 대한 고수온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주로 여름 이후 제철을 맞는 조피볼락, 전복, 넙치 등이었고, 시간이 지나 겨울에 수확되는 굴, 홍합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남도에 접수된 어패류 고수온 피해 규모는 꼬막·새꼬막·피조개 2천998㏊, 굴·홍합·우렁쉥이 7천531줄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고수온으로 인한 어가 피해가 상당하다"며 "자연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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