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ㆍ상장협, 매출 600대 상장사 대상 상법 개정 설문
응답기업 73% "경영권 방어 등으로 기업 비용도 증가"
상장기업 56% "상법 개정시 투자 등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한경협ㆍ상장협, 매출 600대 상장사 대상 상법 개정 설문
응답기업 73% "경영권 방어 등으로 기업 비용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상장기업 절반 이상이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600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설문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회사 외 주주를 추가하는 한편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확대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응답 상장기업 56.2%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 영향을 전망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상법 개정안 중 기업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내용으로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40.2%), 집중투표제 의무화(34.8%),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17.9%) 순으로 꼽혔다.
상법 개정안이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이유로는 '주주 간 이견 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가 34.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주대표소송 등 사법 리스크 확대'(26.4%),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 '투자결정, M&A 등 주요 경영전략 계획 차질(17.9%) 등의 순이었다.
상법 개정이 투자와 M&A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는 투자와 M&A를 모두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46.4%에 달했다.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상법 개정이 기업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 상장기업 41.1%는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8.9%였다.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응답 상장기업 73.2%는 상법 개정 시 기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개정안 통과 시 경영권 방어, 이사회 운영 등을 위한 비용 증가로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경협은 전했다.

또 상법 개정 시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도 69.6%에 달했다.
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적시적인 대응력을 저하한다고 한경협은 설명했다.
상법 개정은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응답 상장기업 67.0%는 향후 사외이사 선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외이사 선임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없었다.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와 경영 활력 제고를 위한 주요 과제로 법인세, 상속세 등 조세 부담 완화(4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상법 개정은 위기 대응을 어렵게 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해 국내 기업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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