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반얀트리 공사장 화재가 발생한지 1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있다.
23일 유족과 장례식장 측에 따르면 고(故) 조모(40대), 김모 씨(60대)의 유족들은 발인식을 미루고 사고 10일째인 이날도 여전히 빈소에 머물고 있다.
유족들은 당초 지난 18일 예정됐던 발인은 수차례 연기하며 관계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인 날짜 등 구체적인 장례 절차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장례절차가 장기화됨에 따라 유족들 일부만 텅 빈 빈소에서 이따금씩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장례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고령의 유족들은 사고가 발생한 14일부터 이날까지 수차례 병원을 오가며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의 작은 아버지는 "10일째 빈소를 지키면서 형님(조 씨의 아버지)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신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며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기다렸지만 사고 일주일이 넘어 나온 삼정기업의 사과문은 형식적인 내용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삼정기업은 사과문 형태의 보도자료를 통해 "14일 화재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삼정기업은 고인, 유가족, 부상을 입으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고 수습과 사고 원인 파악 노력 등으로 인해 공식적인 사과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특히 전날 노무사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봤던 유족 측은 "사용승인이 난 건물인데도 계단조차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있고, 벽면도 그대로 노출돼 있는 등 두 눈으로 보니 더욱 참담한 모습이었다"며 "유족이 가장 원하는 건 우리 가족이 왜 목숨을 잃었는지,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사망자 6명 중 화장 등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영면에 든 희생자는 2명 뿐이다. 조 씨와 김 씨의 유족은 출상을 미루고 있으며, 나머지 희생자 2명의 유족들은 빈소를 정리하고 시신을 다시 영안실에 안치하는 등 아직까지 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앞서 전날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진상규명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유가족 지원 대책 △추모비 등 기록물 마련 등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이 숨지고 27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상자 중 26명은 단순 연기 흡입, 경미한 부상으로 파악돼 최종 부상자 집계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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