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개정안, 경제에 심각한 혼란"
기업성장 중요하다면 철회 결단을
기업성장 중요하다면 철회 결단을

경제단체가 상법 개정을 철회해 달라고 또 한 번 촉구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말고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는 요구다. 23일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상법 개정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기업의 경영권 위협,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 위축 등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임 확대 등 상법을 개정하는 것은 경제와 기업에 심대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결국 국가경제는 밸류다운되고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호소다.
재계의 계속되는 우려와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이번 주 중 법사위 소위에서 처리할 가능성은 크다. 비상장 법인까지 포함해 100만여개 기업이 직접 영향을 받는 법 개정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한경협 등이 매출 600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법 개정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상장사 56%가 "주주대표 소송 등 사법 리스크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위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법 개정을 철회해 달라는 경제계의 호소와 보고서, 건의문이 지금까지 수십 차례가 넘을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먹잇감이 되고, 소송 남발 등으로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며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국회에 보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토론회까지 열어 재계 의견을 경청하는 듯하다가 계엄·탄핵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상법 개정을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것"이라며 벼랑 끝에 선 경제계의 절규에는 귀를 닫은 채 1400만 투자자와 전통 지지층을 우선한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기업주도 성장의 실용주의자라는 이재명 대표와 경제 중심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이율배반적 행태다.
여당과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대기업이 소수 대주주 이익만 앞세운 무분별한 물적분할 등으로 주주들이 큰 피해를 봤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게 만든 이유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신속한 대책과 재발방지책을 내기는커녕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기업 밸류업 정책마저 지지부진하다. 이 틈에 민주당이 상법 개정으로 치고 나오니 국민의힘은 방어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이 집권하면 특별한 변화 없이도 코스피가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여당을 얕잡아 비난한 것도 이런 이유 아니겠나.
경기침체와 수출·고용·투자 부진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반시장법으로 발목까지 묶어놓고 기업들에 뛰어보라고 할 수는 없다. 파장이 큰 상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2400여개 상장법인으로 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합병과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 차후에 더 많은 논의를 거쳐 상법을 개정해도 된다. 민주당은 경제계가 호소하는 상법 개정을 철회하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결단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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