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기도 전에 10여명의 잠룡들이 자천타천 대선 출사표를 내던지면서, 조기대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당선 여부를 떠나 조기대선을 발판으로 삼아 자신들의 '체급'을 올리거나 대선 이후 당권을 쥐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여권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대의 시대정신인 시대교체, 시대전환을 완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종료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조기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셈이다.
현재까지 '자천' '타천'으로 조기대선 후보 물망에 이름이 오르는 여권 잠룡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등 14명이다.
탄핵이 확정되기도 전에 조기대선 주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역대급'으로 치열한 경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도지사를 비롯해 대선판에 처음 이름을 올리는 후보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체급 올리기' 목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후보' 타이틀을 달 경우 중진급 정치인에서 금세 대선 후보급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몇몇 중진이나 재선, 3선까지 한 시도지사들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며 "대선 후보급으로 덩치를 키워 다음을 기약하거나, 당장 내년 있을 지방선거를 도모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최종 경선에 진출할 경우 차기 '당권'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다. 이미 몇몇 잠룡들 사이에서는 차기 당권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비중이 높은 만큼,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와 메시지 톤을 맞추면서 그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의도"라며 "굳이 최종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지지세가 확인된다면 당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고 했다.
영남권의 모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출마를 타진하는 몇몇 의원들은 실제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쪽으로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잠룡들이 이토록 쏟아지는 건 당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조기대선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하는 토론회에 자리를 같이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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