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서 초기작부터 서울 배경 신작까지 300여점 소개
볼빨간 아이 '미라이짱' 사진작가…日 가와시마 고토리 개인전서울미술관서 초기작부터 서울 배경 신작까지 300여점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눈이 내리는 날, 바가지 머리를 한 소녀가 서 있다. 빨강 옷을 입은 소녀의 볼은 빨갛고 코에서는 콧물이 흐른다.
천진난만한 소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미라이짱'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토리(川島小鳥)를 소개하는 전시 '사란란'이 26일부터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시작한다.
인물 사진을 중심으로 풍경과 사물을 따뜻하게 포착하는 작가의 이름을 알린 것은 미라이짱 사진 연작이다.
가와시마는 2009∼2011년 일본 중북부 니가타현 사도가섬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 정도 머무르며 친구의 세 살배기 딸 미라이짱을 사진으로 찍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차 있거나 혀를 날름 내민 얼굴, 아이스크림으로 범벅이 된 얼굴 등 그 나이 아이의 일상을 따뜻하게 담아낸 미라이짱의 사진들은 일본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요소인 '귀여움'도 놓치지 않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미라이짱 사진집은 12만권 넘게 판매됐다.

전시에서는 미라이짱 사진집의 사진을 포함해 미라이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작업한 '보칼리제'(Vocalise), 초기작 '베이비 베이비'(BABY BABY), 서울에서 작업한 신작까지 300여점을 소개한다.
'베이비 베이비' 연작은 대학 친구를 4년간 찍은 사진이다. 사회인이 되기 전의 순수함과 풋풋함, 위태로운 청춘의 모습이 담겼다.
배우들과 함께한 작업도 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2019) 연작은 일본 배우 나가노 다이가, 대만 배우 야오아이닝과 함께 일본 오사카에서 연인들의 데이트 콘셉트로 찍은 작업이다. 나가노 다이가는 도쿄와 오키나와 대만 등을 배경으로 그의 일상을 담은 '길' 연작과 '세계' 연작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연작들도 선보인다. 지난해 작가의 오랜 친구인 일본 배우 우스다 아사미와 함께 서울의 겨울을 배경으로 찍은 '소(서)울메이트'(S(e)oulmate)와 지난해 6개월간 작업한 '사랑랑' 연작이다.
서울의 구름, 을지로의 오래된 간판, 노을 진 한강 등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찍은 '사랑랑' 사진은 힘들고 외로웠던 시기 작가에게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 작업이다.

24일 서울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사랑랑' 연작에 대해 "사진을 찍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때 이 거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순수한 마음으로 6개월 동안 사진을 찍었다"며 "간판이 있어도, 고양이가 있어도,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도 왠지 모든 것이 매우 선명하게 아름다워 보이고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사랑랑'이란 이름은 작가가 '사람'과 '사랑'을 합쳐 만든 단어다. 한국어를 모르는 작가가 처음 '사랑'과 '사람'이라는 단어를 모두 '사란'으로 알아듣고 '사란란'이란 단어를 작업노트 표지에 적어뒀던 것을 미술관측에서 '사랑랑'으로 고쳐줬다고 한다. 다만 전시 제목은 작가가 처음 만든 단어 그대로 '사란란'으로 정했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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