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전기톱 치켜든 머스크와 유럽의 우경화 물결..."규범이 사라진다"[읽어보고서 사]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5 06:00

수정 2025.02.25 06:00

독일도 3년만에 우파엽합 집권 "새로운 기회 모색해야하는 난제"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20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전기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화상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20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전기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화상

독일 총선 결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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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남미 정권 현황. 연합뉴스
2024년 남미 정권 현황. 연합뉴스

[그래픽] 2022년 9월 기준 EU 우파 정권 현황 연합뉴스
[그래픽] 2022년 9월 기준 EU 우파 정권 현황 연합뉴스

읽어보고 사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부 출연기관과 한국은행, 각종 연구소까지 하루에 쏟아지는 보고서만 수십 개가 넘는다는 것. 숨 가쁜 투자자를 위한 리포트 해설 시리즈 [읽어보고서 사]는 화·목·토 아침 6시 나온답니다. 어젯밤 여의도에서 가장 '핫'했던 이야기만 요약해 드릴께요. 놓치면 후회할 보고서, 알짜만 쉽게 풀어쓴 기사를 오늘부터 챙겨보세요.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토요일 국내 일간지 1면 톱 사진은 일론 머스크가 차지했습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전기톱을 치켜들었습니다. 붉은색 전기톱에는 밀레이 특유의 구호인 '빌어먹을 자유 만세(Viva la libertad, carajo)'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이것은 관료주의를 위한 전기톱"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극단적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는 2023년 말 아르헨티나 대선 과정에서 전기톱을 흔드는 퍼포먼스로 작은 정부에 대한 소신을 표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퍼컷으로 휘날리며 지지세를 끌어 모았듯 밀레이는 전기톱으로 정부를 '썰어버리겠다'며 당선됐습니다.

■독일도 3년만에 우파엽합 집권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의 결과도 '우파의 승리'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연합(CDU)·기독사회연합(CSU) 연합이 제1당에 오르면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기민련) 퇴진 이후 약 3년 만에 독일에는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섭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련 대표 역시 시장 자유주의자로 평가됩니다.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위에 등극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역대 최다 의석인 152석을 확보했습니다. AfD는 사회민주당(SPD·16.4%)은 물론 녹색당(11.6%)에게도 큰 폭으로 앞섰습니다. 막판 돌풍을 일으킨 좌파당은 8.8% 득표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선거로 이미 우경화에 물든 유럽의 '우향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아직 독일의 연립정부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선거 결과가 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우경화는 지난 2022년 이후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극단적 우파 트럼프에 이어 유럽까지 시장주의로 물든 상황에서 경제와 금융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읽어보고서 사'에는 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7월 펴낸 '유럽에 흐르는 우경화 물결'을 살펴봤습니다.
■유럽의 우경화, '규범의 매개자'가 사라진다

KB경영연구소는 지난해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한 배경으로 △미약한 경기 회복세 △기존 정책(친환경·친난민)에 대한 피로도를 꼽았습니다. 극우정당이 '배고픈' 유권자들의 표심 확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입니다. 또 극우정당들은 전략적으로 이전과 달리 EU 탈퇴 등의 과격한 주장을 자제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2019년과 비교해 중도 및 극좌 정당들의 의석수가 감소(22석)했습니다. 반면, 극우 정당들의 의석수는 대폭 증가(69석)했습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범 여권인 앙상블(ENS)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며 연금 개혁안과 노동력 부족에 대응한 이민자의 특별 체류 허가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에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과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은 연금 개혁안 반대, 불법 이민 대응 강화 등에 대해 여당과 이견을 보였습니다. 투표 결과는 1차 투표에서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결선 투표에서는 신인민전선(NFP)과 범여권인 앙상블(ENS)이 승리하며 국민연합(RN)의 다수당 등극을 극적으로 저지했습니다. 최종 결과 : 신인민전선(NFP) 31%, 앙상블(ENS) 28%, 국민연합(RN) 25% 순이었습니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유럽 사회가 우경화되는 배경은 결국 기존 정치의 실패입니다. 기성 정당이 경제 및 안보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자 시민들은 하나의 유럽(One Europe) 기조와 그동안 유럽이 추구해 온 규범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KB영구소는 "재정 건전성 악화와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의 대내외적인 파급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럽의 우경화는 중장기적으로 유럽과 한국의 성장 경로에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트럼피즘으로 우경화가 표출되는 등 글로벌 외교 안보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한국은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