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감사 비용은 기업 밸류업 촉매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4 18:07

수정 2025.02.24 18:07

김경아 증권부 부장
김경아 증권부 부장
"올 연초 대형회계법인과 중소형 회계법인 간 상생 메시지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대형 회계법인들의 무리한 감사수수료 제살 깎기 경쟁에 중소형 회계법인은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른바 대형 회계법인들의 무리한 감사보수 인하 경쟁으로 회계업계가 치킨게임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제에서 올해 자유선임제로 전환한 상장사가 대폭 늘자 회계업계는 감사시즌을 앞두고 연초부터 기업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재 주기적 지정제(기업이 6년간 외부감사인을 자유선임한 이후 3년은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 지정)의 경우 금감원의 직권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지정사유가 해소돼 기업이 자유수임으로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자유선임제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정상화에 바른 소리를 낼 대형 회계법인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 가격정책을 펼치면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빅4' 회계법인들이 자율경쟁을 통해 지정 감사보수의 3분의 1까지 기업들에 제시하면서 중소형 회계법인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회계법인 임원은 "회계 감사는 비용이 아니라 진정한 밸류업인 기업가치를 올리는 투자로 인식해야 하는데,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단 고객을 잡고 보자는 식으로 무리한 저가 영업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연초 최운열 공인회계사회 회장이 회계법인 대표 간담회를 통해 업체 간 상생을 당부하고, 이어 열린 상생협력위원회에서도 의지를 다졌지만 결국 대형 회계법인의 저가 가격경쟁으로 전체 수익성을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회계개혁으로 신외부감사법이 2019년 제정된 지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정 감사 도입 6주년을 맞이해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업계는 이제 저가보수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내몰리게 됐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을 태울 셈인가. 현재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무리한 보수 인하로 제살을 깎는 치킨게임은 결국 전체 회계업계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회계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기업의 회계 감사를 책임지는 회계업계의 상생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가 강화되는 신외감법 도입 당시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업체 간 상생이 필수로 뒷받침돼야 한다.

ka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