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놓고 1%p차 의견 접근
개혁 공적 챙기려 여야 주도권 싸움
개혁 공적 챙기려 여야 주도권 싸움

연금 모수개혁은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인데, 보험료율은 여야가 현행 9%에서 13%로 올리자고 합의했다. 문제는 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받는 돈, 즉 소득대체율이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와 민주당은 전향적인 입장인데 국민의힘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 겉으로 하는 척하면 안 된다"고 여당 탓으로 돌렸다. 앞서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이 대표는 '국회 승인' 조건부로 자동조정장치 수용에 긍정적 의사를 밝히면서 막판 절충이 가까워지는 듯했으나 끝내 합의에는 실패했다.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 수용 논의가 불발로 끝난 이상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와 경제상황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해 연금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제도로 정부가 제안했다. 시민단체 등은 '연금삭감 장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말 바꾸기에 능한 이 대표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이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진심이라면 소득대체율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 43%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여야의 접점이 더없이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지만 정치적 셈법은 복잡하다. 야당이 단독 처리하면 지난해 협상에서 '44%'를 먼저 제안했던 여당은 개혁 성과를 야당에 넘겨주고 '발목을 잡았다'는 오명만 덮어쓸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도 단독 처리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여야정협의회에서 연금개혁 대타협에 실패한 것도, 여태껏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것도 모두 소득대체율 몇 %가 중요해서는 아닐 것이다. 연금개혁의 주도권과 공적을 서로 갖겠다는 욕심 때문 아니겠나. 입으로는 서둘러 합의하자고 하면서 여당은 연금 구조개혁을 병행한 모수개혁을, 야당은 선(先)모수조정 후(後)구조조정을 고집했다. 이렇게 여야가 접점을 목전에 두고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게 벌써 1년이 돼간다. 그러는 새 연금부채는 20조원 이상 불어났고, 세대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여하튼 여야 간 소득대체율은 1%p 차이까지 좁혀졌다.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3%(여당안)와 44%(야당안)로 적용하면 연금기금 고갈시점은 현행 기준(9%-40%, 2057년 고갈)보다 고작 7년 정도 늘어난 2064년이다. 적자 전환시점도 2047년(44%)과 2048년(43%)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렇듯 여야 방안 모두 완벽한 개혁안은 아니다. 다음 정권에서 기초연금 등을 포함한 연금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민주적 합의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해가 다른 세대와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다. 여야가 어떻게든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연금개혁의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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