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본업 고전’ K정유… ‘효자’ 윤활유에 미래 건다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4 18:15

수정 2025.02.24 18:15

정제마진 부진·수요 둔화 속에도
SK이노 윤활유서 6867억 영업익
에쓰오일은 전사 영업이익 웃돌아
"年 3% 성장 전망… 액침냉각 주목"
‘본업 고전’ K정유… ‘효자’ 윤활유에 미래 건다
국내 정유업계의 '윤활유 사업'이 지난해 대규모 흑자를 내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인 정유사업은 정제마진 부진으로 고전했지만, 고품질 윤활유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윤활유 실적, 본업 정유사업보다 높아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비(非)정유사업인 윤활유 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반면 정유사업은 정제마진 하락으로 고전했다.

정유업체들은 윤활유 사업을 통해 원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미전환유(UCO)를 원료로 고부가가치 윤활유와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를 만든다.

해당 제품들은 기술력과 품질의 영향이 커 마진율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서 68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같은 기간 정유사업 영업이익인 4611억원보다 더 큰 실적을 거뒀다.

아울러 에쓰오일의 윤활유 사업 역시 57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사 영업이익인 4606억원을 웃돌았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윤활유사업에서 영업이익 1681억원을 거둬, 정유 부문 956억원을 앞섰다. GS칼텍스도 윤활유 부문에서 4845억원을 거둬 정유부분 영업손실 186억원을 방어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2·4~3·4분기에 걸쳐 낮은 정제마진, 수요 둔화에 시달리며 업황 한파에 시달렸다. 통상적으로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지만, 지난해 3·4분기 정제마진은 이보다 낮은 3.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계절적 성수기였던 6~8월 드라이빙 시즌에도 미국의 휘발유 소비가 부진했고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진 영향이다.

■"차세대 열관리 시장 잡아라"

업계는 향후 윤활유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 윤활유 시장은 연평균 3.1% 성장해 올 해 8억5749만 리터에서 2030년 9억 9793만 리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주목 받는 분야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액침냉각'이다. 액침냉각은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에 넣어 열을 직접 식히는 차세대 냉각 기술이다. 최근 서버 하드웨어가 고도화되고, 대규모 서버 시설이 늘면서 배터리를 냉각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업계는 액침냉각 시장 확장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 GRC로부터 액침 냉각 전용 윤활유 인증을 획득했다.
에쓰오일도 지난 10월 인화점이 250℃인 고인화점 액침 냉각유 제품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를 통해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액침 냉각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자동차 등에 지속적으로 쓰여, 대외적 변수 영향에 따른 실적 변동폭이 크지 않고 견조하다"며 "액침냉각의 경우 이제 막 개화하는 시장으로 향후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