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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감’ 100년만에 이름 바뀐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4 18:20

수정 2025.02.24 18:20

홍시·곶감 만들 때 쓰이는 토종 감
농식품부, 품목명 ‘감’ 변경 추진
탁주·사양꿀 등도 이름 변경 요청
‘떫은감’ 100년만에 이름 바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홍시·곶감을 만들 때 쓰이는 '떫은감'의 이름을 100년여 만에 바꾼다. 떫은맛이 부정적 어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 깎아먹는 감인 '단감'이 1910년대 일본에서 들어오면서 토종 감을 떫은감이라고 부르는 걸 원래대로 하는 의미도 있다. 떫은감은 한국 재래종으로 주로 산지, 들에서 재배한다. 바로 먹을 수 없는 가공용 감으로 홍시, 곶감, 반건시, 감말랭이, 침시(소금물에 담가 떫은맛 없앤 생과) 등으로 먹을 수 있다.

품종에는 반시, 둥시, 금홍동시, 고종시, 갑주백목이 있다.

■떫은감에서 '떫은' 뗀다

24일 농식품부는 행정용어인 떫은감의 품목명을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산물 이름이 바뀌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떫은감이란 말은 1910년대 일본에서 단감이 들어오면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1998년부터 떫은감과 단감을 구분해 집계했다. 생으로 먹는 단감과 구별하기 위해 떫다는 표현이 붙고, 이후 행정용어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떫은감에서 '감'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곶감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의 어르신들에게 감이란 떫은감이 아닌 그냥 감이다"라며 "토종감, 홍시감 등 여러 이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떫은감이 감으로 바뀌면 산업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떫은감협회는 자조금 관련해 품목명을 변경할 이유가 있다고 봤다. 협회 관계자는 "떫다는 말이 아무래도 먹고 싶다는 느낌이 덜하다"며 "떫은감협회는 의무가입단체인 반면 단감 관련 협회는 임의단체다. 떫은감은 의무자조금을 운영하는 만큼 단감 농가에서도 협회 가입을 원하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떫은감에서 감으로 이름이 바뀌면 여러 농가가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주→막걸리, 사양꿀→설탕꿀

농가 등 생산자단체들은 소비자 대상 홍보·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농식품 이름 변경에 나섰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역시 K푸드의 위상이 커지면서 이름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한국막걸리협회는 '탁주'를 막걸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막걸리 병에 생탁주, 살균탁주로 표시하도록 돼 있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호 한국막걸리협회장(좋은술세종 대표)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소비자들은 탁주라고 하지 않고 우리말인 막걸리라고 부른다"며 "맥주, 와인 등도 장기간 보관을 위해 살균을 하는데 막걸리에만 살균이란 말이 붙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양봉협회는 사양(飼養)꿀을 설탕꿀로 바꾸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한 상태다. 사양꿀이란 꿀벌에게 설탕을 먹여 키워 생산한 꿀을 말한다.

선문규 한국양봉협회 전무는 "식품위생법상 꿀은 꽃꿀인 벌꿀, 벌집꿀을 비롯해 사양벌꿀, 사양벌집꿀 4가지로 표시한다"며 "소비자에게 사양이란 말은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민이 사양벌꿀을 천연벌꿀처럼 알게 하면 되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세법상 주(酒)를 붙이다 보니 탁주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탁주를 막걸리로 인식하고 있다"며 "막걸리로 이름을 바꾸기 위해선 법 개정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명칭 변경에 신중한 입장이다.
송 장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국민이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사양벌꿀 명칭에 설탕을 넣도록 바꾸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