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히어로의 층간소음 범인 추적기 '백수아파트'
[새영화] '멜로가 체질' 감독이 건네는 위로 '괜찮아'한국형 히어로의 층간소음 범인 추적기 '백수아파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이병헌 감독과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공동 연출한 김혜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스스로를 직접 돌봐야 하는 소녀 인영(이레 분)의 꿋꿋한 성장기를 그린다. 제목은 영화의 주제를 담은 말이자 고된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의 주문이다.
인영이 처한 환경은 불우하지만, 정작 그는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고 무료로 수업을 들으면서도 주눅 드는 법이 없어서다.
한국무용을 하는 그는 서울국제예술단 에이스 나리(정수빈)가 "빈티 나는 애가 싸가지도 없냐"고 공격해 오면 "내가 엄마 아빠가 없어서 가정교육을 유튜브로 독학했다"고 웃으며 되받아친다. 유일한 쉼터인 월세방에서 쫓겨나자 아무도 모르게 연습실에 숨어 살기도 한다.
이런 인영을 관객은 무한 응원하게 되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제대로 된 어른이 그를 돌봐주기를 바라게 될 때쯤 예술단에서 마녀로 불리는 감독 설아(진서연)가 등장한다. 설아는 한밤중 연습실에서 인영을 맞닥뜨리고 그의 처지를 알게 돼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무뚝뚝한 말투로 고민을 상담해주는 약사 동욱(손석구)도 인영의 팍팍한 삶에 소금 같은 존재다. 인영에게 작은 호의를 보내는 주변 인물 면면을 보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에 초청돼 수정곰상을 받았다. 어린이·청소년 영화를 소개하는 부문으로 "엄격함과 규율, 생동감과 멈출 수 없는 생명력, 모녀 관계, 사랑과 상실, 야망, 경쟁, 연대 등 모든 것이 등장인물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전개되며 그런 점에 매료된다"는 평을 받았다.
26일 개봉.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

▲ 백수아파트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알아? 용역 깡패? 경찰? 금배지? 아니야. 절대 아니야. 동네 오지라퍼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누나 거울(경수진)을 가리키며 두온(이지훈)이 말한다. 거울은 별다른 직업 없이 돈벌이도 하지 못하는 백수지만, 넓은 오지랖 탓에 늘 크고 작은 일에 휘말린다.
영화는 그가 이사한 아파트에서 새벽 4시만 되면 쿵쿵대는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서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거울은 모든 집의 전수조사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이웃 지원(김주령), 경석(고규필), 샛별(최유정)과 친분을 쌓는다. 이들은 거울과 함께 6개월째 자기들을 괴롭히는 층간소음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평범한 소시민의 추리극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요섭 감독의 '범죄의 여왕'(2016)이 떠오르지만, 거울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이 스토리를 이끄는 덕에 한국형 '어벤져스' 같기도 하다.
영화 '화차', '신세계', '대호' 등에서 연출부로 참여한 이루다 감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 영화다.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돼 제작됐다. 배우 마동석이 제작에 참여했다.
26일 개봉.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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