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치권 상속세 '시끌'…경제계 "제2 쓰리세븐·유니더스 막아야"

뉴스1

입력 2025.02.25 11:17

수정 2025.02.25 11:1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모습 /뉴스1 ⓒ News1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모습 /뉴스1 ⓒ News1 DB


ⓒ News1 DB
ⓒ News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정치권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속세법 개정 여부에 경제계의 관심이 뜨겁다. 현행 상속세법이 기업의 경영 단절 우려 요인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를 호령했던 국내 강소기업이 창업주 사망 후 상속세 문제로 사모펀드 등에 팔려 나갔다. 경제계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수준으로라도 맞춰 달라고 호소한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상속세 개편안 논의 돌입한 정치권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상속세 개편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상속세율은 그대로 둔 채 상속세 공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상속세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은 모두 5억 원인데 이를 각각 8억 원과 10억 원으로 상향해 면제액을 18억까지 높여주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줄여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 폐지와 공제액 확대 등의 가업 상속 완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최대 600억 원까지 중소기업의 상속 재산을 공제해 주는 가업 승계 상속 공제액은 1000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여야 양측의 이견이 워낙 커서 법안 개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경제계 "최고세율,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달라"

정치권에서 상속세 개정 논의를 착수하자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6단체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 상속 공제와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제계의 상속세 개정 요구 근거 가운데 핵심은 경영 단절에 대한 우려 문제가 꼽힌다. 과도한 상속세로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상속재산이 주식의 경우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되기에 실제 상속세율은 60%다. 국내 주요 기업인들의 재산은 주식 비중이 높은데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주식을 팔거나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60%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게 되면 지분이 40%로 감소해 M&A나 투기 세력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상속세 문제로 인한 주요 피해 사례로는 쓰리세븐이 대표적이다.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이었던 쓰리세븐은 김형규 창업주가 별세한 후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됐다. 기업의 경쟁력 저하는 당연한 결과였다.

쓰리세븐 외에도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 밀폐용기의 대명사로 불린 락앤락, 콘돔 세계 1위인 유니더스 같은 기업들은 창업주가 사망한 이후 유가족들이 상속증여세를 내고자 경영권을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경제계 "상속세는 이중과세…탈세도 유발"

경제계는 현행 상속세가 투자와 일자리, 소비도 위축시키고 우리나라 증시의 벨류다운도 야기하며 인재와 국부 유출도 가속화한다고 지적한다.

OECD 국가 중 명목 최고세율은 두 번째로 높지만 최대주주 할증과세로 실제로는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생애소득에 대해 최대 49.5%의 소득세를 차감하고 남은 재산에 재차 과세하기에 현행 상속세를 '이중과세'라고도 본다. 게다가 감당이 어려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절세, 탈세, 일감몰아주기 등도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상속세 개정은 경제계의 오랜 염원이다. 지난해 말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64.9%가 현행 상속·증여세율에 대해 '매우 높다'고 답했다. 세제 개편 우선순위 역시 '상속세율 인하'가 74.8%로 압도적이었다.

상속·증여세 부담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지분감소로 인한 경영권 위협'이 37.7%였으며 '경영 악화'는 33.1%, '사업 축소'는 13.2%였다. 현행 가업 상속 공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74.4%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개선 방안으로는 공제 한도 확대가 52.5%로 가장 높았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상속세를 내려면 주식을 매각해야 하고 결국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갈 때 상속세 최고세율을 적용받고 이후 2세대에서 또 3세대로 넘어가면 보유 지분은 더욱더 줄 수밖에 없기에 적대적인 M&A에 노출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은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많지 않다"며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OECD 평균에라도 맞춰서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사가 있는 기업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