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탈수치료만 5번"…건설노동자,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 한목소리

뉴시스

입력 2025.02.25 11:30

수정 2025.02.25 11:30

건설노동자 온열질환 예방 국회토론회 "처벌 없이는 '물·그늘·휴식' 메아리일뿐" "온도 실제 측정돼야…33도↑, 꼭 휴식"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해 8월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주택정비사업 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냉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공동취재) 2024.08.08.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해 8월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주택정비사업 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냉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공동취재) 2024.08.08. kmn@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1. 형틀목수 박중용씨는 건설노동자다. 20여년동안 일했으나 여름철 더위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건설현장을 둘러싼 펜스 안에는 한줄기 바람도 통하지 않고, 시멘트가 굳으며 배출하는 열기와 햇빛에 달궈진 철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다. 더위를 먹어 출근을 못하면 하루치 임금이 날아간다. 현장에는 온습도계도 실제로 일을 하는 곳이 아닌 사무실 근처에 설치돼 있고 휴식시간에도 바닥에 박스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2. 타설공 김희옥씨는 하루 12시간을 현장에서 보낸다. 콘크리트엔 화학약품이 많이 섞여 폭염 속에서도 얇은 작업복을 입을 수 없다. 옷 안에 타이즈를 껴 입거나 내복을 입기도 한다. 개인 냉방방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냉방 조끼를 입어도 30분도 안 돼 녹아내린다. 타설 작업 특성상 한번 시작하면 당일 물량이 끝날 때까지 휴식 시간 없이 진행돼 탈수 상태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 김씨는 지난해 탈수로 병원 치료만 5번을 받았다. 햇볕을 피할 곳도 없다. 1시간만 일해도 장화에 땀이 가득 차 움직이기도 힘들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현재 고용노동부의 관련 규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김주영,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폭염기 건설노동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 같은 현장 증언이 나왔다.

박씨는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고용노동부 포스터에서 매년 외치는 '물, 그늘, 휴식'은 공허할 메아리일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휴식은 그림의 떡"이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과 대형 선풍기를 설치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내달 4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있다. 폭염작업의 규정을 체감온도 31도 이상의 작업장 내 장시간 근로로 규정했고 이에 따라 사업주의 조치의무도 구체화되며 위반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해당 내용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류현철 재단법인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실외의 경우 '냉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한 적절한 온습도 조절장치의 설치' 항목이 없는 것은 현행 예방 조치조차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공동대표변호사는 "(작업장) 온도는 반드시 실제로 측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문에 포함된 '체감온도의 측정이 곤란한 경우 기상청장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두고 "기상청도 건설현장은 일반 체감온도보다 훨씬 높다고 본다"며 "기상청 체감온도에만 의지한다면 폭염으로 인한 질환을 실제로 예방하는 것이 매우 곤란해진다"고 강조했다.


또 고용부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작업을 하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줘야 하는데, 연속공정 등 휴식을 부여하기 매우 곤란해 냉방장치 등을 착용하게 한 경우 예외가 된다.

이와 관련해 손 변호사는 "33도 이상일 경우 예외없이 휴식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주관에 따라 규제 적용이 회피될 수 있다"며 "개정안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휴식시간을 주는 것과 냉방장치 등을 제공하는 것이 동일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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