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환경정의재단 보고서 인용해 중국 파견된 북한 선원 실태 보도
中 정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北과 협력" 강조
![[연평도=뉴시스]최진석 기자 =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접경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18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북한 옹진군 마을이 보이고 있다. 2020.06.19. myjs@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25/202502251412325109_l.jpg)
[서울=뉴시스]홍주석 인턴 기자 =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원양 어선으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수 년간 가족들과 연락하지 못하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노예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런던의 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인도네시아·필리핀 선원 19명의 인터뷰 등을 통해 파악한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보도했다.
증언에 따르면 소말리아나 모리셔스, 호주 인근에서 작업하는 중국 원양어선은 정기적으로 입항하지만, 북한 선원들은 입항하지 않고 바로 다른 배에 옮겨타는 방식으로 장기간 땅을 밟지 않았다.
이는 항구에서 해당 국가 출입국 관리 관계자가 북한 선원의 존재를 발견하면 중국 어선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2월 모리셔스에서 이 문제로 인해 중국 어선 선장과 북한 선원 6명이 체포된 바 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핵 개발을 제재할 목적으로 외화벌이를 위해 각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송환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 선원들은 입항을 하지 못하기에 땅을 밟지 못하는 데다가 휴대전화 소지도 금지돼 수 년간 가족들과 연락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명의 북한 선원과 일했다고 밝힌 한 인도네시아 선원은 "북한 선원 중 한 명은 7년 동안 아내와 단 한 차례도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또 8년간 땅을 밟아보지 못한 북한 선원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도네시아 선원은 한 달에 약 330달러(약 47만2000원)를 받았지만, 북한 선원들의 노동의 대가는 바로 북한 정부로 송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어선에서는 북한 선원에게 월급에서 50달러(약 7만1500원)를 나눠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이 모인 어선에서 의사소통은 손짓이나 서툰 중국어로 이뤄졌다. 한 인도네시아 선원은 북한 선원들이 한국어로 "빨리하라" 재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어선의 선원들은 대부분 여권을 뺏긴 채 하루 5~6시간만 잠을 자면서 일을 하고, 그중에서도 북한 선원이 가장 경력이 길고 가장 숙련됐다는 게 동료들의 전언이다. EJF는 북한 선원들이 최대 10년 동안 원양어선에서 노동한다고 적었다.
북한 선원들은 노예처럼 일하는 와중에도 서로의 사상을 감시하도록 강요받는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시청하고, 북한 선원끼리 정자세로 인공기를 게양한 채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EJF는 보고서에서 북한 선원들에 대한 처우가 강제 노동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브 트렌트 EJF 대표는 "북한 선원들은 언제 어떻게 일을 할지 선택할 자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강제로 배에 끌려가서 갇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력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관해 "이에 관한 정보가 없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중국은 우리 어업 활동을 현지 법규와 국제법 관련 규정에 따라 운영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북한)과의 관련 협력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것은 관련 협력이 국제법의 틀 안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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