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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연금개혁도 갈지자 행보…'정책 불신' 자초 지적도

뉴시스

입력 2025.02.25 16:01

수정 2025.02.25 16:01

민주 "소득대체율부터 합의…자동조정장치 추후 구조개혁서 논의"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수용 뜻에 노동계 반발하자 '신중론' 선회 중도 외연 확장 행보 속 집토끼 달래기…'우클릭' 속도조절 나서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더불어민주당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2.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더불어민주당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2.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도체특별법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 문제에 이어 연금개혁의 '자동조정장치'와 관련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다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실용주의를 앞세운 '우클릭' 행보를 하는 동시에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도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 갈지자 행보인데 정책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정부가 제안한 '국회 승인 조건부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내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연금개혁의 막판 변수가 된 자동조정장치는 경제 상황이나 인구 구조 변화에 연동해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국회 승인 시 발동'이란 전제 하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사실상 이를 철회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2028년 기준)에서 44%로 올리고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할 때 국회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이 수용되면 이 제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승인 조건부 연금 자동조정장치'를 제안하자 이 대표는 '소득대체율 44% 안'을 제시하며 절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소득대체율 43%를 고집하면서 끝내 협상이 좌초됐다는 게 민주당 쪽 주장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9월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내놓은 제도인데 노동계 등은 자동조정장치를 '연금삭감장치'라고 규정하며 반대해왔다. 이를 도입하면 현 20∼50대 연금 수급액이 지금보다 7000만원 넘게 삭감될 수 있다는 추산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초 민주당도 지난해 연금개혁안 발표 당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는데 이 대표가 국정협의체 회의에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진보 진영 시민사회에서 이 대표가 자동조정장치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연금 개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기류가 바뀌었다.

이 대표는 연금개혁을 더는 늦출 수 없는 만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소득대체율 합의에 집중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동조정장치 수용 의사만 부각된 데 대한 부담을 느껴 다시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협상 과정에서 자동조정장치 논의를 배제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부터 우선 처리하고 조정장치는 구조개혁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발을 뺐다.

아울러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삭감 장치'라며 명확히 반대해왔는데 정부가 '국회 승인'이라는 진전된 조건을 내걸어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나섰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면서 내놓은 것이 이른바 자동조정장치"라며 "한마디로 연금 자동삭감장치"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그동안 일관되게 반대했지만 정부가 진전된 입장, 국회 승인을 조건으로 시행한다고 하는 것인 만큼 논의에서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에서 논의하면 되는 문제"라며 "자꾸 이런저런 조건을 걸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합의하자"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정책 각론을 두고 좌우를 넘나들며 혼선을 빚어왔다.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특별법을 놓고도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가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자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빼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쟁점인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도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고 하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은 사흘 뒤 발표한 추경안에 1인당 25만~3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을 포함시켰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연금개혁 문제에서 성과를 내 국가적 과제에 책임을 지는 지도자 이미지를 굳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급발진을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여당이 '말 바꾸기', '가짜 우클릭' 등으로 공격하고 있는 만큼 신중하고 일관된 언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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